한국일보

자선단체가 반성할 점

2001-10-3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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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뉴욕테러 참사 이후 미국민들은 희생자 유족들을 돕기 위해 십시일반으로 정성을 보냈다. 그러나 희생자, 유족들을 위해 모인 12억달러의 기금이 적절히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미적십자사 총재인 버나딘 힐리가 지난 주말 사임의사를 밝혔다. 최대 규모의 자선단체인 적십자사가 성금 용처를 둘러싸고 내분을 빚었고 이로 인해 총재 사임이라는 불미스런 결과를 잉태했다고 볼 수 있다.

희생자 유족들이 구걸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하고 서류가 복잡해 큰 불편을 주는 것은 구호단체들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된다. 지금이라도 구호단체들은 상호 협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중복지급을 방지하기 위해 희생자와 그 유족들에 관련된 정보망을 구축해 모든 구호단체들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결혼증명서를 찾지 못해 남편이 테러로 사망했는데도 아직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미망인들도 있다.

둘째, 구호단체들은 이사진뿐 아니라 일반인들에 비영리 단체로서의 책무가 있다. 적십자는 할 일이 많고 기금을 사용할 프로그램도 다양하지만 테러사건 이후 모금한 5억달러의 기금중 일부만을 희생자 유족에 지급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테러 때문에 미국민들이 성금을 많이 낸 것임을 잊어선 안 된다. 보다 많은 부분을 이 곳에 할애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금 중 일부는 장기적인 프로그램을 위해 예비비로 남겨둬야 한다. 희생자 유족들의 정신적 치유와 그 자녀들의 양육과 관련된 문제들이 앞으로 얼마든지 나올 수 있으므로 이에 대비해야 한다. 완벽하게 일을 처리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십자는 신속하고도 정확하게 현실에 대처해야 한다. 미국민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더 이상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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