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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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를 주목하라

2001-10-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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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멜릭 케일런/ 월 스트릿 저널)

회교권 때문에 걱정중인 미국인들은 터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터키는 지난 수십 년 간 서구와 미국의 이익을 위해 헌신했지만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지 못해왔다. 회교권에서 가장 믿을 만한 우방일 뿐 아니라 가장 성공적으로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는 나라다. 우리는 지금까지 터키가 해온 일에 감사를 표시해야 한다.

터키는 지난 100년 간 온갖 정치적 격변을 견뎌냈다. 발칸에서 소련, 중동 각 국이 파시즘과 공산주의, 회교 근본주의 물결에 휩쓸렸지만 터키는 예외였다. 인권 문제로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주위가 온통 러시아와 이란, 이라크, 시리아 같은 나라로 둘러싸여 있는 상황에서 터키는 ‘벙커 민주주의’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터키는 나토의 일원으로 핵공격의 1차 타겟이 될 수 있다는 위험을 무릅쓰고 소련 ICBM을 표적으로 하는 미사일 기지를 제공했으며 미국으로 하여금 공군 기지를 한 때 주요 교역 상대국인 이라크 공습에 사용하도록 허락했다.


터키는 지금까지 외국 문제에 간여하는 것을 자제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터키는 가장 먼저 미국에 대한 무조건적 지지를 표명했고 만약의 경우 군사력을 제공할 능력도 있다. 터키는 회교 테러에 대항할 문화적 전략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지상전이 벌어질 때 터키 군은 필수 불가결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아프간과 유사한 지형에서 쿠르드 공산주의자들과 싸운 경험이 있다. 또 회교 국가인 터키군대가 아프간 전에 참전한다면 성전을 구실로 내거는 회교 근본주의자들의 화살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터키는 아프간 사태에 직접적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터키족과 사촌인 우즈벡족 중 상당수가 아프간에 살고 있고 이들은 탈레반의 주적인 북부 동맹을 지원하고 있다. 북부 동맹 사령관인 도스툼은 한동안 터키에서 살기도 했다. 우즈벡 족이 신봉하는 회교는 세속화된 회교다.

소련 해체 이후 우즈벡 족은 러시아로부터 무기를 지원 받았다. 그러나 이제 우즈베키스탄은 미국과 영국군에게 기지 사용을 허가하는 등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지금이 터키가 이 지역에서 러시아 대신 영향력을 발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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