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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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교도의 흑백 논리

2001-10-2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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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마이클 스쿠비/ 워싱턴 포스트)

부시 대통령에서 미국 내 회교 지도자에 이르기까지 회교 문명의 세계사적 공헌과 정신적 깊이에 경의를 표하며 지금 싸움의 대상은 회교가 아니라 테러리스트임을 애써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회교권은 이것이 우리와의 전쟁이라고 생각하는 데 문제가 있다. 테러리스트만 우리를 적대시하는 것이 아니다. 회교권은 때로 무서울 정도로 비타협적일 뿐 아니라 그 본질이 비타협성 자체인 것처럼 보인다. 우리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식이다.

이는 서구인에게는 위협적인 선택이다. 한 때는 우리도 그런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건 오래 전 일이다. 신교 운동은 교황의 권위를 떨어뜨렸지만 사상의 자유를 가져오지는 않았다. 기독교가 최후의 심판자로서 정치적 영향력을 상실한 것은 18세기 계몽사상이 출현, 이성과 법이 그 자리를 차지하면서부터다. 이슬람의 신정주의 역사에는 이와 유사한 예를 찾을 수 없다. 계몽시대 이래 서구에서는 종교적 절대주의가 발붙이지 못했다. 종교는 물론 무종교와 심지어는 이단의 자유까지 허용한 것은 다른 곳에서는 없던 현상이다.

미국이 사적으로는 수많은 종교가 공존하면서 공적으로는 비종교 국가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은 계몽철학의 영향이다. 지난 20년간 미국의 비종교적 색채는 기독교 근본주의자들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이들은 학교에서 기도를 하게 해달라고 의회에 로비를 펴왔다. 이들은 볼테르나 루소, 기본이나 흄보다 성경을 더 잘 안다.


계몽철학자들은 항상 좋은 평판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할 일 없는 한량, 심지어는 기독교와 도덕의 적이라는 비난까지 받았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간에 의견을 달리 하면서도 정교분리의 원칙과 언론과 종교의 자유, 평화 공존의 정신적 기초를 놓았다. 그들이 한 일이 100% 잘된 것은 아니지만 우리를 종교적 광신주의로 무장한 회교권과 구분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업적이다. 그것이 서구문명과 자본주의의 핵심이다. 대다수 회교권이 적대시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기도 하다.

국내외에서 회교 지도자들은 9·11 테러를 비난했다. 이들은 코란에 죄 없는 자를 죽이라는 말은 없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문제는 코란에는 알라와 그 추종자에 반대하는 자들에게는 칼을 들이대야 한다는 구절도 있다는 점이다. 유혈극과 암살은 처음부터 회교 역사를 점철하고 있다. 자비보다는 보복이 회교의 특징이다.

새뮤얼 헌팅턴은 ‘문명의 충돌’이라는 그의 저서에서 "회교권 어디를 보더라도 그들은 이웃과 평화롭게 지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회교권과 비 회교권의 다툼이 단순한 문명간의 차이에서 오는 것인지 그렇지 않은 지에 대한 대답은 분명하다. 전 세계 인구의 5분의1을 차지하고 있는 회교권은 90년대 동안 다른 어떤 문명보다 많은 폭력 분쟁을 일으켰다"고 적고 있다.

가혹한 말이기는 하나 중동에서 아프리카, 인도네시아에서 필리핀, 그리고 지금 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증거는 명백하다. 90년대 일어난 50개 인종 분쟁 중 26개가 회교도가 관련된 것이다. 서구의 식민주의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그 원인의 일부에 포함된다 하더라도 회교 자체에 문제가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것은 회교가 전투적 종교라는 점이다. 회교도는 여러 종교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원하지 않는다. 회교도 개인은 다른 어떤 사람과 비교해도 더 악하지 않다. 또 미국 내에도 종교적 광신자인 테러리스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은 주류 사회로부터는 격리된 자들이다.

계몽 철학자들은 자기와 의견이 다른 사람도 자유롭게 토론에 참여하고 어떤 주장에 회의적인 태도를 갖는 것을 허용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었다. 회교권은 이와 다르다. 마호메트의 장인인 아부 바크르에서 호메이니에 이르기까지 회교 성직자들은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독재자를 찬미해왔다.

코란의 평등에 대한 찬미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복종의 평등이다. 회교 여성의 지위가 이를 잘 말해준다. 미국에서 흑인은 200년 이상 노예생활을 했고 여성도 1920년대 이전 참정권이 없었지만 지금은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획득했다. 그것은 오랜 기간에 이를 가능케 하는 사회 분위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회교권은 완고한 전통에 사로잡혀 폭력과 공포 이외의 수단으로는 아무 것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볼테르 말대로 "세계는 파선한 배와 같으며 우리는 서로를 도와야 하고 사랑은 증오보다 낫지만 참된 사랑을 위해서는 광신주의 따위를 증오해야 한다." 계몽 철학이 남긴 이성과 관용, 회의, 그리고 무엇보다 개인 양심의 독립성은 인류가 가진 최선의, 어쩌면 유일한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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