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아버지 날’칼럼을 읽은 독자 몇 분이 전화를 주셨다. 이분들의 얘기는 아버지들이 가부장으로서의 권위는 고사하고 남성으로서, 남편으로서의 존재가치 조차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늘같은 남편’이란 말은 이조시대에나 통한 고리타분한 표현이 돼버렸고 대부분의 남정네들이‘있으나마나 한 처지’로 전락했다는 주장이다. 어떤 분은 남성의 상징인 정충까지도 스트레스와 공해 때문에 허약해졌다는 의학계 보고서를 들먹이기도 했다. 이래저래 고달프고 외로운 동물이 바로 남편이라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그러고 보니 사나이들의 시세가 과연 말이 아니다. 체통이 추락한 정도를 넘어 땅 속으로 잠적해 버린 듯 하다. 설거지하고 빨래하는 일은 일상 임무가 돼버렸고 심지어 매를 맞거나 쫓겨나는 남편까지 생겨났다. 직장에서 받아온 월급봉투를 고스란히 아내에게 바치고 매일 아침 용돈을 타 쓰는 남편들이 한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인 가정의 경우 남편의 위상 추락은 그 자체로 끝나지 않고 부인 폭행이나 이혼으로 곧잘 이어진다는 점이 문제다. 가족이민 온 한국인들은 생소한 이질문화에 개인적으로 또는 가족 구성원으로 적응하는 과정에서 대개 남편들이 부인이나 자녀들보다 속도가 뒤진다.
사회학자인 유의영 박사는 한인 가정이 한국의 전통적 가부장제에서 연유하는 권위주의적 가치관과 미국사회의 평등주의에 바탕을 둔 새 가치관을 쉽게 조화시키지 못하며 그 과정에서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증상 가운데 하나가 곧 남편의 위상저하라고 설명한다.
지난 주 필자의 칼럼을 읽고 전화주신 분들도 권위주의적 가치관을 아직 고수하고 있는 듯 했다. 사실, 우리 눈으로 한인 남편들을 볼 때 권위가 떨어진 것으로 보일 뿐, 미국인들이 한인 남편들을 볼 땐 전혀 이상하게 보지 않을 듯 하다. 자기네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미국에 왔으면 미국문화에 적응해야 한다. 설거지나 빨래는 권위실추가 아닌 가사 분담과 아내 사랑의 표출로 생각하면 편하다. 아내를 때린다고 권위가 생겨나지는 않는다. 미국에서는 배우자 폭행이 중죄여서 자칫 여성 보호소에 아내를‘뺏길’수도 있다. 가정이 깨지는 것보다는 남편의 그 잘난 권위가 좀 실추되는 것이 백 번 낫다.
참고로, 미국에 사는 한인 남편들이 가정을 화목하게 이끌 수 있도록 정삼식 목사는 다음과 같은 십계명을 제시했다.
①변함없이 애정표현을 하라
②아내의 생일과 결혼 기념일을 기억하라
③아내의 옷차림과 외모에 관심을 보여라
④아내의 음식에 감사하라
⑤매사 함께 의논해서 결정해라
⑥상처 주는 농담을 삼가라
⑦다퉜을 때는 먼저 사과하라
⑧가정경제는 아내에게 맡겨라
⑨아내의 개성을 존중해라
⑩하루에 두 번 칭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