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역담당 집행위원, FT 인터뷰… “관세 협상 확실히 진전되는 중”
▶ “10% 관세도 높다”…중국발 공급과잉 문제 관련 협력 의향도 밝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연합(EU) 제품에 대해 20% 상호 관세를 발표한 이후 양측 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상호관세와 관련한 협상에 착수한 유럽연합(EU)이 500억 유로(약 81조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을 추가로 구매한다는 제안을 내놓았다.
EU 집행위원회의 마로스 세프코비치 무역담당 집행위원은 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양자간 무역관계의 '문제'를 다루기 위해 미국산 제품 구매를 늘리길 원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트럼프 백악관과 '균형 있고 공정한' 합의를 타결하길 원한다면서, 이미 여러차례 대면 혹은 전화 협상을 진행했고 '확실한 진전'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이 흑자를 보는 서비스 교역 분야를 포함해 볼 경우 미국의 대(對) EU 무역적자폭은 500억 유로에 그치는 셈이 된다는 입장을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에게 전달했다고 세프코비치 집행위원은 강조했다.
그는 "적자폭이 500억 유로인 상황에서 문제를 들여다 본다면 우리는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와 대두를 비롯한 일부 농작물 등 분야를 통해 매우 신속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우 중요한 건 그들의 입장이 무엇인지, 어디서 비롯됐는지 등과 관련해 우리가 서로를 조금 더 잘 이해하는 것"이라면서 "나는 우리가 수치들에서도 조금 더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일 사실상 모든 무역상대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해당국과의 교역에서 발생한 무역적자액을 기준으로 삼았다.
EU에는 직전년도에 2천356억 달러(약 348조원)의 대미 무역흑자를 냈다며 20%의 상호관세율을 매겼는데, 서비스 교역 등을 포함하면 실제 흑자폭은 그보다 훨씬 적다는게 EU 측의 입장이다.
세프코비치 집행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EU에 부과하겠다고 밝힌 각종 관세가 "천문학적 수치"라면서 "이건 부당하고 공평하지 않다고 미국 측에 분명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더는 내릴 수 없는 '하한'으로 설정한 10%의 기본관세를 받아들일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EU는 이를 "매우 높은 수준"으로 간주한다고 답했다. 이는 EU가 관세율을 10%로 낮추는 선에서 합의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고 FT는 풀이했다.
세프코비치 집행위원은 중국발 공급 과잉 문제 등을 다루는데 있어 EU가 미국과 협력할 의향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특히 철강·알루미늄 과잉생산과 반도체 분야 협력, 핵심 원자재 (중국) 의존도 극복 등과 관련해 실질적으로 많은 것을 함께 이뤄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EU는 지난달 14일에 미국과 본격적 관세 협상을 시작하면서 철강· 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미국에 대한 보복조치를 7월 14일까지 90일간 보류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4월 10일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들에 대해 '상호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한다고 발표했으며, 이에 따라 미국이 수입하는 대부분의 EU 상품에는 현재 10%의 기본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