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에페드린 성분이 함유된 감기약은 히로뽕 원료로 널리 쓰인다. 이 약이 요즘 한인사회에 감기나 히로뽕 못지 않은 폐단을 빚고 있다. 업주들간의 불신풍조가 바로 그것이다.
한 도매업자는 최근 업주 K모씨가 같은 한인의 제보로 경찰에 붙들렸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감기약의‘감’자도 못 꺼낼 정도”로 눈치를 봐야한다고 한숨 지었다.
파는 쪽이나 사는 쪽이나 똑같이‘이 사람도 혹시 함정수사 끄나풀?’이라는 의심 때문에 섣불리 감기약 얘기를 꺼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업주들은 이미 마약단속국 등 수사당국이 감기약 대량 판매 한인업소의 리스트를 확보하고 있고 한인 제보자가 한명 이상이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어 불신의 벽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보자가 자신의 형량을 줄여 받으려고 동료 업주를 찔러 넣는다며 개탄하는 업주들도 있지만 오히려 이런 불신분위기는 한인사회를 좀먹어 온 감기약 대량 유통과 판매를 근절하는데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인 업주들이 모두 감기약을 대량 구매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가짜 인보이스로 대량 매매한 후 탈루 세금으로 다시‘현찰 박치기’를 하는 등 기형적인 비즈니스 행태로 재미보는 업주들은 하루 12시간 이상 땀 흘리며 정직하게 장사하는 다른 한인들에게 허탈감과 절망감을 안겨준다.
한 박스 판매가 가게의 하루 매상과 맞먹는다는 얄팍한 계산은 결국 자기를 파멸로 이끈다. 본인의 옥살이 외에 동료 업자에 좌절감을, 전체 한인사회에 불신풍조를 조장하는 감기약 판매는 근절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