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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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과 체류신분

2001-03-0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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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법

▶ 김성환 변호사

김군은 올해 불과 10세밖에 되지 않았다. 영악해진 요즘 세상의 아이답게 매우 똘똘한 김군은 그렇지만 아직 철이 없고, 속도 차지 않는 어린아이에 불과하다. 김군은 요즘 거세게 불고 있는 조기유학 붐을 타고 지난해 미국 유학 길에 올랐다. 친척집에서 학교를 다니는 김군은 숙제가 많지 않고, 치열한 점수경쟁도 없는 미국 학교를 너무 좋아한다. 그래서 미국에서 계속 학교를 다니고 싶어한다. 김군의 부모는 어린 자식을 멀리 떠나 보내야 해 안쓰럽기도 하지만, 영어구사 능력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세상을 몸으로 겪으며 살아온 터라 가능하면 아이를 미국에서 키워 영어의 속박에서 자유롭게 해주고 싶다. 김군의 부모가 생각하는 전략은 김군을 이 시민권자 친척의 아이로 아예 입양을 시키는 극단적인 방법이다.

-김군과 김군의 부모가 원하는 대로 김군이 입양을 통해 미국에서 영주할 수 있는가?

▲김군의 경우 그 방법이 매우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미국에서 입양을 한다면 본인의 원대로 영주할 수 있다. 김군은 한국에 사는 부모의 동의를 얻어 2년 동안 미국의 양부모와 함께 산 뒤 입양수속을 하면 된다. 김군은 아직 10세밖에 되지 않았으므로 이민법이 정한 입양아 상한 연한인 16세까지는 충분히 입양 수속을 마칠 수 있다고 하겠다. 김군처럼 학생 비자나 방문 비자로 미국에 온 경우는 현재 불법체류를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양부모가 시민권자일 때는 입양을 통해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다.


-최근 시행된 ‘시민권자녀 시민권 자동취득에 관한 법률’(the Child Citizenship Act of 2000)이 김군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는가?

▲이번에 시행된 법은 김군의 입양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군은 입양을 통해서 우선 영주권을 받는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일단 영주권을 받은 다음 그때까지 김군이 아직 18세가 되지 않았다면 그때는 시민권자의 자녀로 자동적으로 시민권 자격이 생긴다. 참고로 말하면 2001년 2월27일 새 법률이 시행되기 이전에는 김군의 경우 영주권을 거치지 않고 바로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번 법률은 미국 내에서 입양한 김군이 바로 시민권자가 되는 길을 막고 있다.

-그럼 이번에 시행된 ‘시민권자 자녀 시민권 자동 취득에 관한 법률’은 어떤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는 말인가?

▲시민권자 자녀 시민권 자동 취득에 관한 법률의 수혜자가 되려면 다음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먼저 부모중 한 사람이 반드시 시민권자라야 한다. 둘째, 입양수속이 이미 끝났어야 한다. 셋째, 아이가 18세 미만이라야 한다. 넷째, 해당 자녀가 다소 예외는 있지만 미국 내에서 영주권자로 부모와 함께 살고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조건을 갖추고 있으면 자녀가 설사 입양아라고 하더라도 복잡한 시민권 신청절차를 밟지 않고 바로 시민권자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법률은 이미 18세가 넘은 시민권자의 입양자녀에게는 혜택을 주고 있지 않다. 만약 18세가 넘은 입양아가 있다면 앞에 열거한 조건에 부합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시민권을 독자적으로 신청해야 한다.

-김군의 케이스와 달리 해외에서 입양수속을 했다고 하자. 그렇게 되면 이 입양아는 자동적으로 시민권을 받을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시민권을 취득하려면 일단 미국에 입국해야 한다. 그런 다음 미국 내에서 미국 여권이나 시민권 증서를 만들 수 있다. 한마디로 해외에 있는 시민권자 자녀에게 바로 자동 시민권 취득의 특전이 주어지지는 않는다. 해외주둔 미군처럼 부모가 아직 해외에 있을 경우 시민권증서나 미국 여권을 받는 절차는 반드시 미국 내에서 밟아야 한다.

-시민권자 자녀 자동 시민권 취득의 입법 취지는 무엇인가?

▲이 법률은 정식 입양수속을 밟아 시민권자의 자녀가 되어 미국 내에서 오래 살았지만, 별도의 시민권 취득 절차를 밟지 않은 상태에서 법률을 위반해 추방을 당하는 등 불이익을 당하는 시민권자의 입양 자녀들을 구제하기 위한 법률이라고 보면 된다. 그렇지만 이 법률은 2월27일 이전에 이런 처지를 당한 피해자들을 소급해서 구제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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