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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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매매 계약서

2001-02-2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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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법 (29)

▶ 강정억 변호사

셀러와 바이어간에 주요 계약조건에 관해서 합의가 이루어지면 이 합의사항을 서면으로 정확히 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필자가 이 칼럼을 쓰면서 항상 강조하는 사항 중의 하나가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과의 중요한 약속은 구두에 그치지 말고 써두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미국인들과 우리 한인들의 문화적인 차이라고 필자는 나름대로 분석하지만 한인들이 미국에서 살면서 당하는 어려움들이 미국인들만큼 치밀하게 서류정리를 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문> 매매 계약을 서면으로 남기는 것만큼 계약 체결 때 중요한 일들은 무엇인가.

<답> 첫째, 계약서에 어떤 내용이 적혀 있는지를 알고 서명하는 일이다. 가끔 주위에서 계약서를 만드는 것은 형식상, 또는 관례상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교포 분들을 필자가 보는데 분쟁이 생길 때 자신을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은 서면으로 박힌 글자뿐이라는 사실이다. 거래를 할 때 어떤 분이 "서로 친한 사람끼리 야박하게 서면으로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상대방으로부터 ‘유혹’을 당한다면 필자는 그 분에게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하고 싶다. "나중에 그 상대방이 당치도 않는 요구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상대방 그 사람은 내 재산을 다 팔아서 주어도 아까운 마음이 안 드는 사람이라고 마음의 확신이 들면 그 유혹을 받아들여도 좋다"고. 이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닐 것이다.


둘째, 셀러가 계약서는 나중에 서명하고 먼저 들어와서 장사부터 하라는 권유를 쉽게 받아들이지 말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약속했던 계약서가 만들어지지 않은 채 바이어는 셀러의 비즈니스를 적당히 인수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고, 또한 바이어는 이미 장사를 시작했는데 나중에 셀러가 만든 계약서가 당초 쌍방간에 합의한 조건과는 다른 조건으로 만들어져 바이어의 입장에서 계약을 물릴 수도 아니면 그렇다고 장사를 그만 둘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매매 계약서에 쌍방이 서명하지 않고 바이어가 비즈니스를 인수할 경우 셀러도 불이익을 당할 수 있나.

<답> 물론이다. 특히 셀러가 바이어에게 매매 대금을 직접 융자해 주었을 경우 셀러가 불리한 입장에 놓이기 쉽다. 그 이유는 셀러 파이낸싱의 경우는 셀러가 바이어에게 융자를 해주는 대신 바이어로부터 ‘지불약속 증서’(promissory note)를 받게 되고 이 증서를 기반으로 셀러는 바이어가 인수한 비즈니스에 린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린은 UCC-1을 주총무처에 등록하면 가능하다. 그런데 문제는 셀러가 비즈니스에 린을 걸기 전에 바이어가 비즈니스에 다른 린들을 걸때이다. 필자가 본 한 사건을 예로 들어본다.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전문인들인 셀러와 바이어는 ‘서로 믿을 수 있는 사이’라는 ‘막연한 느낌’ 때문에 매매 계약서에 사인하지 않고 셀러는 성업 중인 자신의 비즈니스를 바이어가 인수토록 했다. 더욱이 셀러는 바이어가 비즈니스를 인수하도록 매매 대금 전액을 자신이 직접 융자해 주는 편의도 제공했다. 구두로 합의한 매매 대금 지불방법은 한 달에 얼마씩 분활 지불하는 것이었다.

비즈니스를 살 수 있는 재력은 없고 전문 기술만 있는 바이어에게는 더 할 수 없는 비즈니스 인수 조건임에는 틀림없었다. 또한 비즈니스가 들어 있는 건물을 소유주인 셀러는 바이어가 이 건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리스 계약서를 만들어 쌍방은 이 리스 계약서에 서명했다. 결국 바이어는 한푼의 선금도 없이 성업 중인 셀러의 비즈니스를 인수했지만 바이어가 ‘서면상’ 약속한 것은 한 달에 고정액의 렌트만을 셀러에게 지불하는 것이었다. 비즈니스를 인수한 바이어에게 셀러는 "이제 비즈니스 매매 계약서에 서명하자"고 요구했지만 바이어는 "약속한 매매 대금의 월 분할금과 렌트를 매달 꼬박꼬박 잘 내고 있는데 그것이 왜 필요하냐"는 식으로 매매 계약서 서명을 늦추기 시작했다.

예전에 고분고분하던 바이어는 당당해지고 모든 결정권을 손에 쥐고 있었던 셀러는 바이어의 눈치를 보는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었다. 얼마간의 신경전 끝에 쌍방은 매매 계약서에 서명했다. 그러나 서명 직후 셀러는 바이어가 왜 매매 계약서 서명을 지연하고자 했는가를 자신의 UCC-1을 주총무처에 등록하면서 알게 되었다. 자신이 린의 서열에서 1번인 줄 알았던 셀러는 몇 개의 다른 린들이 이미 이 비즈니스에 걸려 있었던 것을 발견한 것이었다.

바이어는 매매 계약서 서명을 지연시키면서 그동안에 비즈니스를 담보한 많은 부채를 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 문제로 바이어와 셀러간에는 갈등이 커졌고 비즈니스를 인수한지 몇 달이 안되어서 바이어는 비즈니스 매매 대금의 지불을 중단하고 단지 렌트만을 내며 비즈니스를 계속했다.

결국 비즈니스를 다시 찾겠다는 셀러는 소송을 제기했고 1년 이상 걸린 소송 때문에 셀러는 다시 비즈니스는 찾았지만 많은 손해를 보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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