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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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유예 혜택

2001-02-0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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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속법

▶ 김성환 변호사

김씨 부부는 미국 세월 30년 동안 애면글면 돈을 모아 상당한 부를 축적한 그래서 남들이 모두 성공했다고 부러워하는 은퇴자 부부이다. 지난해 주식시장이 급전 직하해 등락의 폭이 심한 기술주에 집중 투자했던 김씨는 갖고 있던 재산의 상당액을 축내기는 했지만 김씨 부부의 재산은 아직도 얼추 200만달러에 육박한다. 더구나 김씨 부부는 서울에 부동산도 적지 않게 갖고 있는 알짜 부자이다.

금실마저 남다른 이들 부부는 둘 중 누구라도 먼저 세상을 떠나면 남아 있는 배우자에게 먼저 세상을 등진 배우자가 재산을 모두 넘겨주겠다는 유언장을 써놓은 지 오래이다. 그리고 남은 배우자마저 세상을 떠나고 나면 자신들의 장성한 두 자녀에게 재산을 고루 나누어주겠다는 것이 김씨 부부의 생각이다.

그런데 김씨 부부는 서울에 있는 재산관리 문제도 있어 아직까지 시민권을 취득하지 않고 있는 영주권 자이다. 김씨 부부의 상속계획에 문제는 없는가?


이들 부부의 상속계획은 바로 이들이 영주권자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타계한 배우자가 유언으로 다른 배우자에게 재산을 남길 경우 살아남은 배우자는 일단 상속세를 내지 않고 재산을 넘겨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일단 세무당국에 상속 사실을 보고해야 하지만 당장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아예 상속세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며 상속세 납부의무가 상속받은 배우자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유예되는 것이다. 뒷날 생존한 배우자가 사망해 이 재산이 자식 등 다른 상속인에게 넘어갈 때 일찍이 세상을 떠난 배우자 몫의 재산까지 합해 한꺼번에 상속세를 내면 되도록 되어 있다.

그렇지만 이런 상속법상 중요한 혜택은 재산을 물려받는 배우자가 영주권자일 때에는 받을 수 없고, 시민권자라야 받을 수 있다. 이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재산을 물려주는 즉 사망한 배우자의 이민법상 지위는 묻지 않는다.

설사 재산을 물려주는 배우자가 영주권자라고 하더라도 재산을 물려받는 배우자가 시민권자면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두 사람이 모두 아직까지 영주권자인 김씨 부부의 경우는 재산 200만달러중 먼저 사망한 배우자 몫이 100만달러라고 가정하면 이 부분에 대해서 상속세를 내야만 살아있는 배우자에게 넘겨 줄 수 있는 것이다.

상속세의 세율이 최고 55%라는 것을 감안할 때 김씨 부부 같은 처지의 사람에게는 터무니없이 불리한 이 세법 조항의 입법취지는 시민권자가 아닌 영주권자는 과세하기 전 재산을 갖고 해외로 이주할 수 있다고 가정하기 때문에 과세할 수 있을 때 과세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시민권자가 상속재산을 넘겨받으면 이 시민권자가 세상을 떠날 때 과세해도 되기 때문에 걱정할 것이 없다는 계산에서 나온 세법이라고 하겠다.

김씨 부부가 안고 있는 문제를 원천적으로 피해 가는 방법은 물론 두 사람이 모두 시민권을 취득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상속세에 대해 신경을 쓸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김씨 부부가 한국에 있는 재산 관리 때문에 그렇게 하기 어렵다면 다른 길이 있다. 트러스트(trust)를 만들어 재산을 신탁으로 관리하면 이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피할 수 있다. 이른바 QDOT(Qualified Domestic Order Trust)를 만들면 상속세에 대한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

QDOT는 적어도 신탁인이 반드시 미시민권자나 미국기업이 되어야 하는 특수형태의 신탁이다. 그리고 이 신탁은 반드시 미국 내에서 본거지를 두어야 한다. 그리고 이 신탁은 부부 중 누구라도 나중까지 살아 남아 있는 배우자가 수혜자가 되는 신탁이다.

이 QDOT에서는 부부가 상속세를 내지 않고 재산을 무과세로 넘겨 줄 있다. 두 배우자 가운데 끝까지 나중까지 살아남은 배우자는 신탁의 운용의 결과 생긴 과실에 대해서는 따로 세금의 추가 부담 없이 받아 쓸 수 있다. 그렇지만 생계곤란 같은 긴박한 사유가 아닌 상황에서 나중까지 살아남아 있는 배우자가 신탁원금에 손을 댈 때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곧바로 과세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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