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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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관할권

2000-12-0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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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법원과 연방법원

▶ 김성환 변호사

미대통령선거는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 공전의 연속이다. 공화당 후보 조지 부시와 민주당 후보 알 고어의 표 싸움은 결국 사법부의 손에 넘어갔다.

법정투쟁은 플로리다 주법원뿐 아니라 연방법원에서도 동시다발로 진행되고 있다.

한마디로 전면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어떤 케이스는 주 법원이 다르고, 어떤 케이스는 연방법원이 심리하는가?


쉽게 이야기하면 주법원은 연방법원이 다루도록 법으로 명시한 일부 케이스를 제외한 모든 케이스를 심리할 수 있다고 이해하면 맞다. 가령 장사를 하다가 채권문제가 생겨 송사를 하게 되었다면 원칙적으로 주법원으로 가야 한다. 각주 일심법원은 카운티 별로 있다. 일심법원의 명칭은 주마다 조금씩 다르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일심법원을 수피리어 코트라고 한다. 그렇지만 최근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플로리다주의 일심법원은 순회법원(Circuit Court)이다.

반면 연방법원의 재판 관할권은 매우 제한적이다. 연방법원은 법으로 연방법원이 다루도록 특별히 규정한 케이스만 다룬다. 우선 연방법원은 연방법이나 연방헌법에 관련된 케이스를 다룰 수 있다. 연방법이란 연방의회가 제정한 법이라고 이해하면 맞다. 예를 들면 이민법은 연방의회가 만든 법이다. 따라서 연방법원이 그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대선과 관련해 연방법원에서 사안이 다루어지고 있다면 이것은 연방법과 관련된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연방법이나 헌법이 관련된 사안이라도 연방법원이 그 관할권을 독점하는 것은 아니다. 주법원 역시 관할권을 동시에 행사할 수 있다. 한편 대선과 관련된 케이스가 주법이 근거한 것이라면 반드시 주법원이 그 사안을 다루게 된다. 그래서 플로리다주 일심 법원인 순회법원에 대부분 선거관련 재판이 계류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연방법원을 통해서만 소송하도록 법으로 못박은 케이스도 있다. 파산과 연방조세법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연방법원이 다룰 수 있는 전혀 다른 종류의 케이스도 있다. 피고와 원고가 각기 다른 주 출신이며, 문제가 되는 소송 청구액이 7만5,000달러를 넘어설 때에는 설사 연방법과는 전혀 관계없는 사안이라도 연방법원에 제소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한국에 있는 회사가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회사를 상대로 계약위반으로 소송을 냈다고 하자. 이 소송은 주법원이나 연방법원 양쪽 어느 곳에서도 시작할 수 있다. 이처럼 연방법을 적용할 일이 아닌데 연방법원이 케이스를 다룰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주는 까닭은 케이스를 심리하는 주법원과 다른 주에 사는 사람이 타주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주법원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연방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소송사건은 설사 주법원에 소가 제기했다고 하더라도 피고측이 연방법원으로 이 케이스를 옮길 수 있다. 그럼 왜 주법원에 있는 케이스를 연방법원으로 굳이 옮기는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연방법원 판사는 한번 임명되면 평생 임기가 보장되므로 여론에 신경 쓰지 않고 재판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정치바람을 탈 수 있는 사안은 연방법원에서 재판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런가 하면 연방법원은 케이스가 주법원보다 상대적으로 많지 않아 소송진행 속도가 그만큼 빠르다. 특히 대도시에서는 이것도 중요한 변수가 된다. LA나 뉴욕 같은 대도시에는 주법원에 소송사건이 폭주하고 있다. 그만큼 재판이 지연될 공산이 크다. 따라서 소송을 빨리 진행시켜야 할 이유가 있을 때는 연방법원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대방 변호사가 연방법원의 소송절차에 익숙하지 않을 때는 이 맹점을 이용하려고 하는 연방법원으로 옮기는 수도 있다.

이 경우 소송 절차법은 연방 절차법을 따르지만, 실체법은 해당 주법을 적용한다. 가령 채권·채무 문제로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소가 제기된 경우라도 캘리포니아 채권·채무법이 적용된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이 경우 소송 절차법은 연방 절차법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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