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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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제공장에서 있었던 일

2000-10-1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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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온유<다우니>

스페니쉬는 모르는 사람들은 모두 영어보다 쉽다고들 무시해버린다. 알고보면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언어이다. 동사에는 원형이 있고 인칭마다 동사가 변한다. 보통 한국사람은 동사의 원형에다 Ton을 붙이고 손짓으로 통한다. “일이 없으니 오늘은 집에가도 좋다” 이렇게 말하면 서로가 좋을 것을 집이라는 단어에다 엑센트 붙이고 손짓으로 가라고 하면 그들은 알아듣고 집으로 돌아간다. 좋을 때는 모두 잘 통한다. 학식은 없지만 그대신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들은 총명한 두뇌를 가지고 있다. 단어 원형으로 앞뒤전후 사정을 알아차리고 행동으로 옮긴다.

이권문제, 감정의 대립 이런 때는 문제가 확대된다. 이해를 떠나 그 상황에 대처해 곤란을 겪게 되는 것은 한인이다.

주인과 종업원 사이에 심한 마찰이 있었다. 옆집에서 장사를 하고 있던 나를 멕시칸이 숨이 넘어가게 찾아서 가보니 막상막하의 심한 대립 중이었다. 물론 멕시칸의 잘못이었다. 굉장히 많은 옷을 잘못해서 다시 뜯어서 해야할 상황에서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내가 통역과 중재를 할 차례이다.


일단 둘을 의자에 앉혀서 감정을 갈아 앉혔다. 28년전 남미 파라과이에 있을 때 민사, 형사재판 통역은 나의 몫이었다. 무보수에 하루종일 걸리는 일이었다. 그때 나이 많은 독일인 판사가

잘생긴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지니고 양쪽 말을 다 들은 후 가진 자를 잘 유도하고 설득해 아량을 베풀도록 끈질기게 권유했다. 좀도둑은 항상 덕을 본다. 그래서 좀도둑이 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판사의 마지막 말-고맙소 젊은이. 여러사람을 기쁘게 했으니 당신과 당신의 가족에게 하나님의 축복이 함께하길 바라오.

재판 때마다 항상 똑같은 말이다. 나도 그와같이 주인 여자를 달래면서 위로하고 끈질기게 도닥거리고 공감대를 형성하게 유도했다. 그 주인은 나를 따랐고 그 뜻을 멕시칸에게 전하게 됐다. 얼마나 즐거운 순간이었는지. 감사함을 받아들이는 반짝이는 그들의 순진한 눈동자. 일시에 그 소식이 공장에 전해지고 휘파람으로 감사함을 표시하는 그들. 나도 그 한인 여주인에게 독일인 판사의 마지막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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