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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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에는 공식이 없다

2000-10-1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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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닥터일기

▶ 배원철<성형외과 의사>

쌍꺼풀 수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스러운 쌍꺼풀의 모양과 폭을 결정하는 일이다. 눈을 떴을 때 1.5-2.5mm 정도가 가장 이상적인 쌍꺼풀의 높이이고 이것을 눈의 상하 폭과 연관시켜 보면 1/5 정도가 된다. 코수술의 경우에도 여러가지 치수적 기준이 적용된다. 코의 폭은 입술 폭의 2/3 정도가 되어야 하며 눈의 위치와도 연관된다. 코끝과 인중이 이루는 각도 또한 여성인 경우 105도 남성인 경우 95도 정도로 기준치가 정해져 있다.

성형수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그에 따라 성형 지식도 어느정도 보편화 되고 있는 요즈음 미의 기준을 수치로 규정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바야흐로 미의 개념도 디지탈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미용성형 상담에도 컴퓨터가 등장하여 마치 컴퓨터 모니터에 조작된 모습이 수술의 결과를 미리 보는 것과 같은 것처럼 선전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개개인의 얼굴을 들여다보면 어떤 수치를 기준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같은 쌍꺼풀이라도 눈의 길이와 크기, 눈 꼬리의 위치, 지방의 양, 또는 얼굴 다른 부분과의 조화에 따라 그 절개폭이 달라진다. 개성적이고 화려한 얼굴을 원하는지 아니면 차분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원하냐 하는 것도 고려되어야 하며 또한 시대적 유행도 큰 변수로 작용한다.


10여년 전만 해도 굵고 화려한 쌍꺼풀을 선호하는 추세였으나 요즘은 수술하지 않은 듯 자연스러운 쌍꺼풀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성형외과 전문의 중에 얼굴에 메스를 댈 때 일정 수치만을 기준으로 하는 이는 없다.

이렇듯 아름다움에서는 공식이 있을 수 없고 그런면에서 세련된 성형수술은 한국식 음식 조리법과 흡사한 것 같다. 서양 요리와 달리 한국 요리법은 수치와 순서가 정확하지 않다. 요리책에 나오듯 설탕 두 숟가락, 소금 세 숟가락 하면서 간을 맞추는 어머니를 보지 못했다. 대학 자취 때 어머니께 전화를 걸어 요리법을 물어보면 항상 갖은 양념을 적당량 넣고 심심하게 간을 맞춘 후 삶아라는 식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비과학적이고 주먹구구식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눈설미와 손맛으로 독특한 맛을 내는 우리나라 요리는 수치로는 나타낼 수 없는 기법이 있다. 음식재료를 넣는 순서를 바꾸기만 해도 맛이 달라지고 먹는 이의 입맛에 따라 소금대신 다시다를 쓰기도 한다.

물론 어떤 음식점에선 계량 수치로 조리하여 손맛과 입맛의 상관관계를 무시한 기성품 요리가 생산되기도 한다. 우리는 이런 음식을 어딘지 모르게 깊은 맛이 없다고 평한다. 성형수술도 마찬가지다. 기성품 미인은 계량수치로 환산할 수 있을 지 몰라도 깊은 맛이 배어있는 개성미인은 이러한 공식이 적용되지 않는다. 개개인의 얼굴에 맞게, 또 원하는 분위기와 전체적인 조화에 따라 적용되는 치수가 틀려진다. 아름다움에는 정해진 공식이 없기 때문에 아직도 미용성형수술은 아날로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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