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대통령이 노벨상을 탄 이유

2000-10-1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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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로버트 듀재릭<허드슨연구소 연구위원, LA타임스기고>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은 지난 1년간 한반도에서 일어난 중대한 변화들에 대한 화룡점정 같은 것이다. 지난 6월 남북한 지도자들은 사상 유례가 없는 정상회담을 열었다. 지난주 북한 최고 관리중의 하나인 조명록은 백악관을 방문했고 이어 클린턴대통령이 퇴임전에 북한을 방문할 수도 있다.

김대통령의 노벨상은 한반도에 화해를 불러온 그의 외교적 노력에 대한 보상이다. 그의 적극적 개입정책은 평화 그리고 결과적으로 통일을 가져올 장차 몇 년에 걸칠 지 모를 과정의 서막이 된다. 이 정책을 추진해나감으로써 그는 상당한 위험을 자초했다. 북한은 아직 양보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고 김대통령은 적에게 일방적으로 제스처를 보낸다고 야당 정치인들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아왔다.

김대통령이 북한과 벌이는 도박이 가치 있는 일인지 여부가 밝혀지려면 아마 수년이 걸릴 것이다.


북한과의 접촉이 실효를 거둔다면 한반도에는 평화가 도래하고 압제하의 북한국민들은 삶의 형편이 나아질 것이다. 만약 실패로 끝난다면 시도 그 자체로 나름대로의 가치는 있을 것이다. 다행히 남한은 상대적으로 훨씬 부강해서 일방적 양보를 좀 한다해도 국가의 안보가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김대통령이 상을 받는 것은 그러나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 시도 때문만은 아니다. 그의 리더십 아래 한국과 일본은 전문가들이 몇 년전만해도 전혀 예측할수 없을 정도로 관계를 개선했다. 그의 평생 고통과 구제의 삶으로 얻어진 신뢰, 그리고 그의 개인적 카리스마를 가지고 김대통령은 일본, 그리고 일본국민과의 관계에 적극 개입했다. 과거보다는 미래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그는 한일관계를 과거라는 부담으로부터 해방시켰다.

아직 많은 일이 남아있지만, 지난 몇 년간 성사된 일들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한국과 일본은 훨씬 긴밀한 관계로 발전했다. 서울과 도쿄간 잦은 고위급 접촉 덕분에 남북한 그리고 북한과 일본간 관계 정상화 과정에서 남한과 일본 사이에 아무런 의혹도 초래되지 않았다. 역사적으로 남한은 북한과의 거래에서 일본이 남한의 위치를 잠식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했 고, 일본은 남북 상호이해가 반일로 돌아설 가능성을 항상 불안해왔다.

한인관계 개선은 장차 김대통령의 가장 큰 업적으로 드러날 지도 모른다. 강한 반일감정에도 불구 한국은 중간 사이즈 국가로서 북한과 대치하면서 일본의 외교적 경제적 지원을 필요로 한다. 게다가 한국이 만약 혹은 언젠가 통일이 되면 한국은 필히 일본으로 부터 경제적 지원을 필요로 한다. 한편 일본의 안보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조건으로 하며 그 목적을 달성하는 데 남한과의 우호적 관계는 필수적이다. 끝으로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안보구상은 일본 및 한국과의 동맹관계를 기초로 한다. 우방국가들이 서로 협력하면 할수록 미국으로서는 그 지역 안보문제를 다루기가 쉬워진다.

마지막으로 김대통령의 노벨상은 자유민주주의를 향한 한국의 발전적 변화에 대한 보상이다. 그는 사형언도까지 받은 정치범이었다가 대통령에 당선된 인물이며 패배한 그의 정적들은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 김대통령의 운명을 보면 진보 민주주의 움직임이 일고 있는 아시아내 국가들, 즉 한국, 타이완, 중국 사이의 갭이 보인다. 노벨문학상을 탄 가오싱젠, 타이완의 첸수이벤, 그리고 김대중은 모두 반체제 인사들이었다. 그러나 가오는 모국인 중국을 떠나 파리근처 작은 아파트에서 프랑스 시민으로 살고 있고 김대통령은 청와대, 첸은 타이완 대통령으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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