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문화회관 건립하자

2000-10-1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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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며칠전 한국 음악계의 대부 이유선씨가 LA 다저스의 박찬호 선수를 만나보고 싶은데 방법이 없겠느냐고 물어왔다. LA에 박선수의 이름으로 문화관을 건립해 달라는 부탁을 해보겠다는 것이다. 공연 장소가 마땅치 않아 어려움을 겪는 한인들의 사정을 들려주고 2세들에게 물려줄 문화유산 마련에 동참하자고 요청해 볼 생각이란 것이다. 9순을 눈앞에 둔 원로 음악인의 간절한 소망을 전하고 싶단다.

요즘 한인들의 공연이 4~5년 전보다 5배 이상 늘어났다. 생활이 안정돼 문화예술에 눈을 돌리는 한인들이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그런데 이들을 수용할 마땅한 장소가 한인사회에는 한 곳도 없다.

한인타운내 윌셔 이벨극장과 LA다운타운 콜번 스쿨이 한인들의 전용 극장 같은 생각이 들 정도다. 사용료가 만만치 않다며 불평을 늘어놓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어 한인들의 공연은 늘상 이 곳으로 몰린다. 문화 공연장을 건립하자며 목청을 돋운지는 오래됐다. 한때는 건립 기금을 마련하자며 모금까지 시작한 적도 있었으나 흐지부지 됐다.


요즘 돈벌어 갑부됐다는 한인들의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또 안정권에 접어들어 흑자 보는 한인 기업이나 업체들도 많아졌다지만 문화사업에 써달라며 돈을 내놓는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이 없다. 설상 이들이 돈을 내고 싶어도 마땅히 믿고 맡겨줄 곳 없는 것도 한인사회의 문제점이기도 하다.

미수의 원로 음악인이 박찬호 선수를 찾겠다고 나선 것이 일시적 충동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닐 것이다. 흥청댄다는 인상을 줄 정도로 부가 넘쳐 보이는 한인들의 윤택한 생활에 비해 정신적 성숙도는 크게 뒤진다는 질타의 소리로 들린다. 원로음악인의 간절한 소망이 메아리 없는 외침으로 그치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란다.
john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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