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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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와 이멜다의 차이

2000-10-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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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향민<영어음성학자>

남편의 직책에 편승해 자신이 그 직책에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부인들이 있다. 예전에 한국 군대에서 남편이 별 하나이면 부인은 별 둘, 남편이 별 둘이면 부인은 별 셋이라는 말이 있었다. 한국의 정치권도 물론 예외는 아니어서 남편의 지위를 이용해 그 이상의 권리를 누리는 부인들이 있다. 한국의 언론들은 이러한 부인들을 미국 대통령 부인 이름을 이용하여 경기도의 힐러리, 전라도의 힐러리 또는 무슨 힐러리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이 표현에는 잘못이 있다. 왜냐하면 미국 대통령부인 힐러리는 단순히 남편의 지위를 이용해 행세하는 한국의 그러한 부인들과는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힐러리는 미국의 명문 예일법대를 졸업한 재원으로 유능한 변호사이다. 대통령선거 기간중 일급 참모로서의 역할을 하였다. 단지 동반여행하면서 유권자의 손이나 잡는 한국의 여타 부인들과는 내용면에서 비교의 대상이 아니다.

물건을 하나사면 하나를 덤으로 주는 판매방식이 있다. 이러한 판매의 선전구호는 영어로 "Buy one, get two. 라고 표현한다. 대통령 선거유세당시 민주당에서 이 문구를 사용한 이유는 클린턴 후보가 당선되면 힐러리라는 또 하나의 인재를 동시에 얻는다는 의미였다. 우리는 이 구호를 통해 힐러리는 단순히 남편의 직책을 이용하여 행세하는 그런 여자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실제로 클린턴 행정부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아 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현재 힐러리는 뉴욕주 상원의원에 출마하고 있다. 물론 전혀 대통령부인이라는 이점이 없다고는 할 수 없으나 기본은 개인의 능력이다. 어쩌면 차차기에는 대통령 출마를 결심할지도 모른다.

소위 한국의 힐러리들이라는 사모님들이 남편의 영향을 떠나 개인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시험받을 수 있는 여자들이 있을까의 의문은 대답이 확실하다. 굳이 이러한 여자들을 표현할 단어가 필요하다면 필리핀 대통령의 부인이었던 이멜다라는 표현이 어울릴 것이다. 경기도의 이멜다. 전라도의 이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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