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다운타운이 살아야 LA가 산다

2000-10-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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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릭 위크랜드 (LA시 도시계획위원·시장후보)

LA 동쪽에서 LA강위를 가로 지르는 다리를 건너 들어오면서 보는 LA시의 스카이라인은 그림같다. 그러나 한 걸음만 도시에 발을 디디면 이같은 환상은 여지 없이 깨진다. 낡고 버려진 빌딩하며 쇠락해 가는 열차 하역장과 도로가 한 때는 LA산업의 중심지였던 구간을 메우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번듯한 현대도시인 LA 다운타운의 2/3는 가난한 홈리스의 악취나는 집합소가 돼 버렸으며 제3세계를 방불케 한다.

그러나 이처럼 쓰러져 가는 빌딩과 오염된 하치장 밑바닥에는 도심을 부흥시킬 수 있는 자원이 숨어 있다. 지금은 열차 하역장 사이에 끼여 볼품 없이 버려진 LA 강만 해도 잘만 가꾸면 시민들의 휴식처로 새롭게 꾸며질수 있다. LA스트릿과 101번 프리웨이, 유니언 스테이션과 샌타모니카 프리웨이 사이의 공간은 도심 재개발의 핵심지역이다. 3~4평방 마일 규모의 이 구간은 LA에서 가장 가치있고 매력적인 지역으로 개발될 포텐셜을 안고 있으며 그렇게 될 경우 대기 오염과 교통난 해소는 물론 시의 경제 발전에도 큰 도움을 줄수 있을 것이다.

그리피스팍과 유니버설 시티, 샌개브리엘 밸리를 연결하는 이 일대는 LA시민들에게 있어 뉴욕의 센트럴팍과 같은 역할을 할수 있는 유일한 지역이다. 나무를 심고 조경을 해 새롭게 단장된 다운타운을 배경으로 우뚝 선 LA의 모습이야말로 새천년에 걸맞는 신도시의 이미지일 것이다.


LA 항구와 LA 도심을 연결하는 알라메다 코러더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이 도심 재개발을 구상할 적기이다. 산업, 교통, 무역, 상업 개발뿐만 아니라 주거지 개발도 병행해야 한다. 이렇게 생겨난 새 다운타운은 수천명의 새로운 직장인과 주민들의 수요를 충족시킬수 있을 것이다.

이같은 꿈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LA시와와 시의회, 시각부처가 엉망진창으로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각종 행정규제와 자금조달, 정치적 이해 충돌을 해결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다운타운을 개발특구로 지정해서라도 관리들의 편의주의 때문에 낙후상태로 버려져 있는 다운타운을 살려야 한다.
20세기초부터 멕시컨 주거지역인 이스트 LA와 LA시는 LA강으로 양분돼 있었다. 그 바람에 이스트 LA는 점점 제3세계를 닮아가고 있다. LA강 주위의 다운타운 재개발은 두 지역을 다시 함께 묶음으로써 라티노 커뮤니티의 르네상스를 가져올 것이다. 몬테벨로에서 다운타운까지 모노레일로 연결할수 있다면 패션상가와 보석상가등 다운타운 일대와 LA 동쪽의 라티노 거주지역을 단일상권화함으로써 다운타운 경기가 활성화될 것은 불을 보듯 명확하다. 다운타운에서 코리아타운 인근 윌셔가까지는 이미 메트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될 경우 이 지역 라티노의 활동 반경을 넓혀 히스패닉 커뮤니티가 게토화하는 것을 막는 잇점도 있다.

다운타운과 이스트 LA에서는 많은 한인 상인들이 스몰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이 일대의 성공적인 재개발은 한인사회의 이익과도 직결되는 일이다.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는 LA 다운타운이 일부 관료와 정치인들의 무관심속에 잠자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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