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클린턴 평양방문이라...

2000-10-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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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다(?). 며칠전까지만해도 상상도 못할 일이다. 자고 일어나 눈뜨면 바뀌어져 있는 것이 요즘의 북한관계 뉴스다.

모든 것에는 순서가 있다. 특히 형식을 중요시하는 외교관계에서는 그렇다. 우선 북한과 미국간에 국가원수 초청방문이 오가려면 먼저 연락사무소부터 개설해야하고 그후 조약이 맺어지고,대사관이 설치되는등의 절차를 거쳐야 클린턴의 평양방문 운운할 수 있는 것이 외교상식이다. 연애하다 약혼하고, 약혼한후 결혼하고, 결혼한후 살림을 차리는 법인데 한번도 만난적이 없는 남녀가 대뜸 살림부터 차리겠다면 그게 보통일이 아니다. 클린턴의 평양방문 운운은 외교관계도 없는 북한과 미국이 3단계를 건너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김정일의 특사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한 북한의 조명록차수는 떠나기 전날 워싱턴DC의 메이플라워호텔에서 올브라이트 국무장관등 미국측 대표들을 초청해 만찬을 베풀었는데 조명록특사의 만찬사 내용 또한 의미심장하다.


"김정일장군께서는 대결과(이것은 우리에게 생소한 단어다) 불신을 제거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에 기초해서 조·미관계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을 구상하고 있다. 새로운 세기에 들어가면서 조·미 불신관계를 없애고…"

조·미관계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김정일의 구상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이번 북한과 미국의 회담과정에서 조명록과 클린턴 사이에 무슨 말이 오갔으며 올브라이트국무장관이 조명록특사에게 무슨 시그날을 주었는지에 대해 한국정부측이 정보를 얻어보려고 애썼으나 미국측이 냉담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중대통령과 김정일위원장이 차속에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알아보려고 미국이 애썼을 때 한국측이 모른척 한것에 대한 보복이라고도 볼 수 있다.

또한가지 놀라운 것은 북한의 조명록특사가 클린턴대통령을 만난후 발표된 공동성명서에서 한반도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문제에 대해 토의했다고 밝힌 사실이다. 평화협정 문제는 김정일의 서울방문때 풀러놓는 보따리로 알려져 왔었는데 북한이 미국에게 먼저 이 선물을 안겨준 셈이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남한과는 교역문제만 토의하고 한반도의 평화 및 안전문제는 미국과 담판 짓겠다는 소리가 된다.

남북교류가 본질적인 문제냐,한반도 평화가 본질적인 문제냐를 놓고 생각해볼 때 한반도 평화가 역시 본질적인 문제라고 말할수 있다. 그렇다면 남북관계의 본질적인 문제를 북한은 미국과 담판지으려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북한이 남북문제를 두 개로 나누어 한국과 미국에 이중플레이를 하고있는 인상을 준 것이 이번 워싱턴에서 열린 북한과 미국의 회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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