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닷컴,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2000-10-1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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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너지는 신경제

▶ 정연국

지난 4월 이후, 닷컴, 즉 인터넷 관련 회사들의 주가는 평균 80~90% 폭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97년중반 이후 e-커머스의 열풍을 주도했던 아마존 닷컴과 야후의 주가조차도 거의 75% 정도 하락하였다. 그렇다면 지난 2년간 신경제(New Economy)의 대명사로 불려왔던 닷컴들이 왜 무너지고 있는지, 또한 그들이 과연 소생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우선 닷컴이 아닌 다른 첨단기술주들의 주가도 계속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점을 주시해야 한다. 즉 초우량주 중심의 다우지수나 미국 500대 기업의 주가를 대표하는 S&P 500 지수는 연중 최고치에 비해 약 10% 가량밖에 하락하지 않았는데 비해, 닷컴 및 첨단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약 40% 내려앉았다. 이러한 현상은 그동안 투자자들 사이에 인터넷, 정보통신 및 첨단기술주 중심으로 테마가 형성되어, 재무관리 및 투자 이론으로도 전혀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과도한 열풍이 주가를 받치고 있다가, 이제 그들의 환상적인 예상 수익성에 의구심이 생기면서 일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상당수의 분석가들이 지난 2년간 누누이 경고해 왔듯이 우리에게 신경제의 실체를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도 없지는 않은 것 같다.

그렇다면, 닷컴 회사들에게 과연 무엇이 잘못되어 왔는가. 첫째, 전형적인 닷컴 회사들은 대부분의 수입을 광고료에 의존하는 아주 단순한 사업계획에 의존해 왔다. 그런데 광고시장 전체의 규모는 그다지 달라진 것이 없고, 기업들이 온라인 광고를 하더라도 지명도가 높아서 최종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접속하는 인터넷 홈페이지에만 광고 지출을 집중시키기 때문에 보통의 닷컴 회사들이 광고를 따내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둘째,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의 가장 큰 장점이 회사나 상점의 위치에 관계없이 최종 소비자들에게 직접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인데, 앞에서 언급했듯이 최종 소비자들은 지명도가 높은 홈페이지에만 접속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중소규모나 신흥 닷컴 회사들은 자신들의 지명도를 높이기 위해 지출해야 하는 직접·간접의 광고 및 홍보비용이 엄청나다. 결국 자신들이 최종 판매하고자 하는 상품의 이윤을 깎지 않고는 이러한 자기 알리기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는 닷컴측으로 보면 막대한 최초 고정비용과 지속적인 홍보및 변동비용 때문에, 중단기 내에 순수익을 내기가 참으로 벅찬 사업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최종 소비자들에게 편이함을 내세워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을 올리기도 어렵다. 대부분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손해를 보면서 팔아야 하는데, 그것도 하루이틀이지, 어떻게 지속적으로 손해 보는 사업이 성공할 수 있겠는가 하는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결국은 닷컴 주식의 폭락으로 귀결된 것이다. 이미 좋은 시절이었던 98년과 99년에 주식을 상장하여 막대한 운영자금을 조성했던 닷컴들조차도 추가자금 확보에 어려움이 있어서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셈이니, 신규 주식상장을 꿈꾸며 버티는 많은 벤처기업들이 자금 및 고급인력 확보면에서 거의 고사상태에 있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주가는 항상 적정가를 기준으로 오르락내리락하게 마련이다. 투자자들이 완벽하게 모든 정보에 접하기 힘들고, 또한 접한 정보조차도 완벽하게 분석해내기 어렵기 때문에 그 오차가 클 수도 있지만, 주가는 결국 적정가, 즉 균형가를 향해 움직일 수밖에 없다. 앞으로 또다시 전혀 뜻밖에 새로운 테마가 형성되지 않는 한, 지난 2~3년간 인터넷, 정보통신 및 첨단기술주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거품은 이제 확연하게 사라지고, 현명하게 분산투자를 잘 하는 투자자들에게 연 평균 15~20%의 수익을 가져다 주 는 정상적인 주식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측하는 것이 무리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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