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움의 신앙

2000-10-1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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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요칼럼

▶ 이 철 (주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유혈충돌을 TV에서 보고 있노라면 ‘중동평화’라는 단어가 과연 금세기에 존재 가능한 것인가에 대해 회의를 느끼게 된다. 유대인들은 ‘십계명의 민족’이라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십계명을 절대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요즘의 팔레스타인 사태에서 "살인하지 말라"는 십계명의 내용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한사람 죽이면 살인이고 80명 죽이는 것은 성스러운 전쟁에 속한다는 논리는 어불성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팔레스타인 남성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일중의 하나가 유대인여성을 강간하는 것이라고 한다. 67년 ‘6일전쟁’이 일어나기전까지 키부츠농장에서 아랍인들에게 납치되어 강간당한 이스라엘 여성이 600명이나 된다하여 뉴스가 된적이 있었다. 팔레스타인 남성에게는 유대인 강간이 파렴치가 아니고 애국적인 행동이 되는 셈이다. 종교가 미움쪽으로 기울면 해가 서쪽에서 뜬다는 식의 논리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스라엘은 법으로 모슬렘교도와의 결혼을 금지시키고 있다. 한쪽이 유대교로 개종하거나 모슬렘이 되는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유대인 여성이 모슬렘과 사랑에 빠지는 날에는 가문의 망신이고 친척들과도 관계가 끊어진다. 텔아비브에 사는 유대인 여성이 대학에서 모슬렘교도 남성과 연애를 한 끝에 결혼하게 되었는데 가족들에게는 영국남자와 결혼하는 것으로 거짓말 했다. 이들은 예루살렘에서 살고 있으나 가족에게 영국에서 사는것처럼 보이게 하기위해 집에 편지쓸때는 영국에 있는 친구에게 메일을 보낸후 거기서 다시 텔아비브로 부친다는 눈물겨운 스토리가 신문에 난적도 있다.


유대인들은 딸들이 미심쩍은 남성과 교제할 때 "테우다 주트"라는 ID를 확인하도록 교육시킨다. 유대인 집안 족보를 묻는것인데 남자가 이족보를 대면 딸이 부모에게 가지고가서 상대방이 진짜 유대인인가를 조사한다. 왜냐하면 이스라엘에는 아랍계 이스라엘국민도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국민 6명중 1명은 아랍계이며 이들은 팔레스타인주민에 동조하지는 않지만 유대인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사람이 기도하면서 "누구를 죽여주소서!"한다면 그것은 이미 기도일수가 없다. 그런데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유대인을 죽여 주옵소서"라는 기도를 엄숙하게 올린다고 데이빗 쉬플러라는 뉴욕타임스 기자가 칼럼쓴 것을 본적이 있다.

이들은 왜 증오하는가. 오랜 충돌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기 때문에 팔레스타인에는 전쟁유가족이 아닌 사람이 없을 정도다.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에게 "너 커서 나중에 뭐가 될래?"하고 물으면 전사(fighter)가 되겠다고 대답하는 것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가슴에 한이 맺혀 있어 화해를 해도 겉으로 일 뿐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평화조약을 맺고도 항상 충돌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이번의 충돌은 성지모욕 때문이다. 이스라엘 국방장관을 지냈으며 레바논전쟁에서 아랍인 대량학살의 책임자로 꼽히는 아리엘 샤론이 지난9월28일 아랍인들의 성지인 동예루살렘을 방문하자 팔레스타인인들이 데모했다. 이현장에 이스라엘 군인들이 출동하여 과잉진압했고 마침내는 12세의 소년 무하멧 알두라가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죽는 비극이 일어나자 겉잡을 수 없이 난폭해졌다.

흥분한 팔레스타인 군중들은 유대인의 성전인 ‘요섭의 무덤’으로 달려가 불을 지르고 유대인 성서를 태웠으며 이를 몸으로 막는 유대인을 납치하여 몽둥이로 때려 죽였다. 이 비참한 죽음을 당한 유대인이 바로 미국민주당부통령후보 리버만 상원의원의 사촌 히렐 리버만(36)으로 밝혀져 이번에는 이스라엘인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성난 군중들은 유대인을 죽이면서 ‘알라후 아크바!’(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친다. 신앙가진 사람들의 미움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보여주는 것이 중동사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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