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불안한 뉴욕증시

2000-10-0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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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 문태기(경제부 차장)

뉴욕증시가 계속 불안하다. 주식시장이 왜 이렇게 엉망이냐는 말을 많이 듣는다. 80달러 이상 하던 주식이 지금은 20달러선으로 떨어져 팔지도 못하고 돈이 완전히 잠겨버렸다고 하소연하는 한인도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증권투자로 돈을 벌어 주택을 구입했거나 백만장자가 되어 조기은퇴한 한인들도 있다는 말이 공공연히 흘러나왔지만 지금은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주식 투자를 하지 말라고 서로 만류할 정도이다.

미경제가 아직 호황이고 대통령 선거도 남겨두고 있는데 주가는 왜 계속 곤두박질치고 있는가.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은 없다. 월스트릿 증권 전문가들의 의견도 여러 갈래이다.


미 경제가 느린 성장을 하고 있어 기업 수입이 앞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과 닷 컴 회사들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진 것이 원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또 10월은 주식시장의 등락이 심한 시기이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들의 주장은 주식 시장의 상황 변화에 따라 바뀌기 때문에 ‘참고’로 해야지 전적으로 매달릴 필요는 없다.

최근 들어 주목할 만한 사실은 PC 생산업체인 델 컴퓨터, 애플 컴퓨터와 컴퓨터에 들어가는 칩을 만드는 인텔등 기업들의 수익이 앞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저가 컴퓨터를 판매하는 ‘이머신’사의 주가도 상장가 9달러선에서 1달러선으로 급락했다.

지난 몇 년간 급증세를 지속해 온 컴퓨터 수요가 천천히 감소세를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컴퓨터 분야에 대한 투자가들의 신뢰가 전같지 않다.
지난 몇년간 미 경제를 이끌어 오면서 세계시장에서 강세를 보여온 ‘신경제’의 골격인 컴퓨터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가들에게 심각한 불안감을 던져주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뉴욕 증시를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현 시대는 ‘통신과 컴퓨터 혁명’의 과도기로 컴퓨터 산업 이외에도 투자가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하이텍 종목은 계속 개발되고 있다. 예를 들면 광섬유’(fiber optics)계통의 주식은 불안한 장세에도 불구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 분야의 선두 주자인 ‘코닝’사와 ‘시에나’의 주식은 최근 2~3개월 사이 거의 100% 올랐다.

컴퓨터와 칩 종목의 인기 하향세와 광섬유의 인기 상승세는 단편적인 예이기는 하지만 뉴욕증시를 이끌고 있는 하이텍 종목은 항상 변화 속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해 주고 있다.

요즘 같이 주식시장이 좋지 않을 때는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상책이지만 급변하는 테크놀러지와 뜨는 분야를 잘 분석해 투자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한 시기이다. 나스닥이 3,000선을 육박할 정도로 거의 바닥세로 폭락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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