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사태 유럽의 운명 좌우한다
2000-10-07 (토)
▶ 미국의 시각
▶ (로버트 카플란·뉴욕타임스)
슬로보단 밀로세비치의 몰락은 1945년 소련의 붉은 군대 진주와 함께 시작된 동구 공산당 체제의 잔영을 완전히 몰아내는 계기를 이루고 있다. 1948년 유고슬라비아의 티토는 소련 블럭에서 이탈 독자노선을 추구했으나 세르비아 공화국의 유고 공산주의자들은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와 함께 동구 전역에 몰아친 자유화 바람에 홀로 저항, 체제를 지켜왔다.
그들이 공산주의 대신 도입한 이데올로기는 극단의 민족주의였다. 이 민족주의를 방패삼아 이들은 계속 파워를 유지하면서 호화 별장등 과거 공산주의 시절부터의 온갖 특혜도 지속적으로 누려왔다. 이같은 밀로세비치와 그 파워를 지탱해 온 인너 서클은 하나같이 전쟁 범죄자들이다. 극단의 민족주의자이고 마피아 같은 존재들이다. 그들은 옛 공산당 비밀정보부 조직 같은 폐쇄된 관료기구를 장악, 반인도적, 반인륜적 정책을 수행해 왔다.
밀로셰비치가 몰락함으로써 그동안 전란으로 황폐화된 세르비아, 보스니아, 코소보의 재건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그러나 미국의 차기 행정부가 맞이할 진짜 문제는 단순한 건설작업 참여가 아니다. 유고사태 해결과 전체 발칸반도를 유럽에 통합시키는 문제다. 현재로서는 두 개의 유럽이 존재한다. 그 하나는 바로 동남부 유럽으로 밀로세비치의 몰락에도 불구, 여전히 정치, 경제적으로 불안하고 빈곤에 찌든 블럭의 유럽이다.
보이슬라브 코스튜니차가 밀로세비치에 대해 거둔 승리는 1995년의 데이튼 평화협정이 여러 가지 문제에도 불구, 유효하다는 점을 재삼 인식시켰다.
범죄조직 같은 체제였던 크로아티아의 투즈만 체제의 붕괴, 또 뒤이은 세르비아의 밀로세비치의 붕괴는 자그레브와 벨그라드가 더 이상 보스니아 사태를 악화시키는 트러블메이커 역할을 할 수 없게 해 그만큼 나토의 짐도 덜게 하고 있다.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는 보스니아의 크로아티아 및 세르비아계 주민 이해를 돌본다는 명목으로 보스니아에 진출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흡사하게 코소보 내의 세르비아계와 알바니아계 간의 전통적 적대관계는 언제나 확산될 위험성을 안고 있다.
그러나 유고슬라비아 사태는 전체 발칸반도가 맞이하고 있는 문제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어찌됐든 지난 13년간 철권을 휘둘러 온 밀로세비치 체제가 세르비아에서 종막을 고했다는 사실은 이같이 난마와 같이 얽힌 발칸반도 문제 해결에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