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위험하다고 전투 멈추겠는가

2000-10-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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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선교와 신변안전

▶ 백승환<은혜한인교회 선교사>

지난 3일자 한국일보에 게재된 "선교사 안전대책 시급하다" 기사를 보고 선교사의 한 사람으로 느낀 소견을 적어본다.

선교사는 소명을 받은 사람들이다. 다른 문화권으로 자진해 나아가 먼저 복음의 진리를 깨달은 사람으로서 그들에게 진리를 나눠주기 위해 특별히 하나님으로부터 부름을 받은 사람들이다. 성경 속의 사도 바울은 이런 점에서 가장 대표적인 선교사, 최초의 선교사로 꼽힌다.

선교사들이 파송되는 선교지는 대개의 경우 신변위험이 많이 따르는 지역이다. 그 가운데는 아직까지 공산주의를 고집하고 있는 중국, 베트남 같은 선교지가 있는가 하면, 강한 회교권 국가에서의 선교활동은 아무런 신변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전쟁터에서 신변에 위협이 있다고 공격을 중단한다면 그 전쟁은 도무지 승산이 없는 전쟁이 되어버리고 말 것이 아니겠는가. 선교지에 나가는 것은 총만 안 들었을 뿐이지 어떤 면에서는 그보다 더 심한 영적 전쟁터에 나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적 전쟁터에 나가는 선교사들을 위한 신변 안전대책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그들에게 몸조심하라고 신변안전용 권총이라도 한 자루 쥐어준다고 신변 안전문제가 과연 해결될 수 있겠는가. 선교사에 대한 신변 안전대책은 방법론적으로, 또는 물질적으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몇달 전 러시아 모스크바의 지하철에서 폭탄테러 사건이 발생해 여러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그 당시 폭탄테러가 지하철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지하철 안전에 문제가 있다고 제시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폭탄테러를 일삼는 극렬 회교도들은 자신들의 테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세심하게 관찰하고 조사한 끝에 테러 대상과 장소를 결정한다고 한다. 특히 타지키스탄과 같이 패권다툼을 위한 정치적인 혼돈이 지난 수년간 계속돼 온 나라에서는 현 정권에 반기를 들고 있는 회교도들이 사회의 불안을 조성하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여러 가지 테러를 계속 자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에 폭탄테러의 희생양이 된 두산베 은혜 선민교회의 경우 범인들은 담임 최윤섭 목사가 출국중인 사실을 알고 사고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본다. 왜냐하면 그들의 목적은 사회 동요를 조성하는 것이지 폭탄테러로 인해 미국 국적 선교사가 사망해 국제문제화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쉽게 분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찌되었든 이번 폭탄테러 사건은 너무도 비통하고 억울한 사건이다. 무고한 우리 성도들이 극력 테러범들의 희생양이 되었기 때문이다. 은혜한인교회의 모든 성도들은 이 사건 소식을 접하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저 목숨을 잃고 다친 현지 성도들을 위해 기도만 할 뿐이다.

그러나 기독교의 진리는 항상 역설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핍박이 있는 가운데 복음이 더욱 흥왕하고, 고통을 통해서 더욱 아름답게 성장하는…우리는 이번 참사로 인해 천국에 먼저 간 두산베 성도의 유족들에게 위로의 뜻과 감사의 마음을 함께 전한다. 왜냐하면 순교의 피가 있는 곳에서는 반드시 그 곳에 복음의 꽃이 활짝 피어나는 것을 기독교 역사, 아니 세계 역사 가운데서 우리는 쉽게 발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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