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시, 고어 누가 유리한가

2000-10-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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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대통령선거와 한인사회

올 대통령 선거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는 40년만에 가장 근소한 표차로 승부가 가려질 것으로 예상돼 흥미를 더해주고 있다. 한미 공화 민주당 관계자와의 대담을 통해 이번 선거에서 한인들은 부시와 고어중 누구를 선택해야할지에 관해 들어봤다.

참석자: 길옥빈 (변호사·한미공화당협회 전회장)
강석희 (한미민주당협회 회장)


-두 후보의 인기도가 막상막하인 상태에서 지난 3일 벌어진 토론은 아직 마음을 정하지 않은 유권자들의 향방에 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고어가 잘 하기는 했지만 부시도 선전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인 것 같습니다. 토론을 지켜본 소감을 먼저 말씀해 주시죠.


▲강석희: 예상했던 대로였습니다. 고어는 워낙 토론을 잘 하는 것으로 돼 있어 상대적으로 부담감이 컸으리라고 생각되지만 이슈에 밝은 지도자라는 인상을 굳혔다고 봅니다. 부시도 특유의 실언을 하지 않는등 생각보다는 잘 했다고 여겨집니다.

▲길옥빈: 고어가 토론을 잘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사람이 꼭 훌륭한 대통령이 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대통령이 너무 똑똑해도 독선에 흐를 위험이 있습니다. 지난 8년간 민주당이 집권했는데도 헬스케어등 여러 분야에서 업적을 남기지 못한 것은 고집을 부려 야당인 공화당과 타협하기를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토론하는 동안 고어가 수시로 고개를 가로 젓고 한숨을 쉬는 것이 오만하다는 인상을 줬다는 평가도 있는데...

▲강석희: 고어가 시종 여유있게 토론을 주도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부시는 수시로 땀을 닦고 물을 마시는등 몸동작(body language)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한듯한 느낌을 줬습니다. 이번 토론을 통해 고어가 준비된 지도자라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봅니다.

▲길옥빈: 대통령은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는 없습니다. 세부적인 지식보다는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지도력이 있어야 합니다. 부시는 텍사스 주지사로 있으면서 민주당과 협조, 교육등 많은 치적을 이뤘습니다. 많이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지도자로서의 두 사람 자질을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강석희: 고어는 24년간의 공직 경험을 갖고 있을뿐 아니라 막강한 자금을 갖고 있는 담배, 석유, 제약회사등 이익집단과 싸워 왔습니다. 보좌관이 있다 하나 궁극적인 결정인 대통령이 내려야 합니다. 미국은 지금 어느 때보다 고어같이 준비된 대통령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길옥빈: 고어가 정치적 연륜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부시도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텍사스 주지사를 연임하며 경험을 쌓았습니다. 고어는 교사 노조와 변호사협회에 발목이 잡혀 개혁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시야말로 보다 나은 미국을 만들어낼 지도자입니다.

-이번 토론에서 가장 양당 정책의 차이가 드러난 것은 세금같습니다. 고어는 수없이 부시의 감세안이 상위 1%에게 대부분의 혜택을 줄 것이라고 공격했습니다. 한인들에게는 어느쪽 감세안이 유리하다고 봅니까.

▲강석희: 부시는 전반적인 감세안을, 고어는 중산층 위주의 감세안을 들고 나왔습니다. 극빈자나 부유층은 별로 없고 중산층이 대부분인 한인으로서는 고어안이 더 바람직합니다. 고어안은 자녀 대학비로 1만달러까지 소득에서 공제할수 있도록 하고 있어 교육열이 높은 한인들에게는 특히 좋은 안입니다.

▲길옥빈: 부시안이 부유층에게만 유리하다는 것은 잘못된 주장입니다. 세율로 따지면 저소득층이 오히려 더 큰 비율의 감세혜택을 보게 됩니다. 세금은 원래 국민 돈이며 낸 사람에게 돌려주자는게 공화당 철학이라면 세금으로 걷은 돈은 정부돈이고 그것을 어떻게 쓰느냐는 것은 정치인이 결정해야 한다는게 민주당 생각입니다. 자영업자가 많은 한인들에게는 공화당의 일률적 감세안이 훨씬 이익입니다.
-교육정책은 원래 민주당의 이슈였는데 올해는 부시가 더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교육문제에 관해 양 후보의 입장이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 주시죠.

▲길옥빈: 부시는 텍사스 주지사로 있으면서 교육분야에 탁월한 업적을 남겼습니다. 일례로 텍사스 초등학교 4학년생의 영어 수학 실력은 전국에서 1~2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부시가 교육개혁에 성공한 것은 의무적으로 시험을 치게 해 성적이 부진할 때는 교사들에게 책임을 물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되면 성적이 좋은 학교는 연방기금을 지원해주고 그렇지 않을 때는 끊는 방법으로 성적 향상을 유도한다는 안을 내놓고 있습니다. 사립학교에 보내기를 원할 경우 학자금을 지원해주는 바우처제를 통해 학부모들에게 자녀의 학교 선택권을 주는 것도 부시 개혁안의 핵심입니다.

▲강석희: 제가 알기로는 텍사스 교사들의 월급이 미 50개주중 49위로 알고 있습니다. 아동보험 가입률도 전국에서 48위고요. 부시가 텍사스에서 큰 업적을 쌓았다는 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바우처 같은 것을 통해 공립학교제를 저해하기 보다는 10만명의 교사를 증원하고 과밀학급 현상을 해소해 공교육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 고어의 생각입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고령자들의 처방약이 주요 이슈로 등장했습니다. 이 문제에 관한 양당의 입장은 어떤 것입니까.

▲길옥빈: 노인 유권자들의 표가 워낙 막강하기 때문에 양당 모두 노인 표를 의식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부시는 보험사간의 경쟁을 통해 고령 환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고 의료비를 낮추자는 생각인 반면 고어는 모든 것을 정부가 하겠다고 나선 점이 다릅니다. 정부가 의료문제에 개입하면 공무원수도 늘려야 하고 개개인의 사생활 간섭이 불가피하게 됩니다. 고어가 이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고령자 복지를 위해서가 아니라 선거용 책략에 불과합니다. 8년간 시간 여유가 있었는데 가만히 있다 이제와 거론하는 것만 봐도 알수 있습니다.

▲강석희: 고어가 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HMO등이 환자의 복지보다는 경비를 줄이는데 급급해 환자들이 충분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을 개선하기 위한 것입니다. 8년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은 역대 공화당 행정부가 수천억 달러의 적자를 내는 바람에 재원이 없어 그랬던 것입니다. 그동안 민주당 경제정책의 성공으로 미국인들은 어느 때보다 높은 생활수준을 누리고 있고 예산도 흑자로 돌아서 이 문제를 해결할 여유가 생긴 것입니다.

▲길옥빈: 민주당은 마치 지금의 경제 번영이 정치를 잘해 그렇게 된 것처럼 얘기하는데 경기는 사이클에 따라 움직입니다. 90년 걸프전으로 일시 침체됐다가 경기가 회복될 시점에 운좋게 집권한 민주당이 자기 때문에 경기가 좋아졌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강석희: 민주당 집권시기가 경기회복기였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클린턴 행정부는 하이텍 산업을 육성하고 정부 공무원수를 줄이는등 개혁적인 정치를 해왔습니다. 미국이 지금 세계 최고의 부국이 된데는 민주당 정부의 공이 크다고 봅니다.

▲길옥빈: 미국이 하이텍 분야 선두주자가 된 것은 레이건-부시 시절 국방예산과 연구비 지출을 대폭 늘려 첨단 테크놀로지를 발전시켰기 때문입니다. 미국 경제 부흥은 공화당 행정부의 정지작업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최근 기름값이 올라 한인을 비롯한 많은 미국인들이 고생하고 있습니다. 부시는 북극 자연보호 구역내 유전을 개발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 고어는 이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어떻게 보십니까.

▲강석희: 고어는 ‘Earth in the Balance’라는 책을 썼을 정도로 환경문제 전문가입니다. 텍사스는 환경 오염이 미국에서 가장 심한 주의 하나입니다. 환경을 해치면서 유전을 개발하기 보다는 대체 에너지 개발과 OPEC과의 협상을 통해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자는게 고어의 생각입니다.

▲길옥빈: 외국에 기름을 의존하면 미국이 항상 이들에 끌려 다닐수밖에 없으며 안보도 위협받게 됩니다. 풍부한 석유가 부존돼 있는 알래스카 일부를 개발해 외국 의존도를 줄여 나가자는 부시의 주장이 합리적이라 봅니다.

-민주당은 소수계의 권익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미국에서 가장 소수계가 많은 가주는 민주당 일색인 것 같습니다.

▲강석희: 그렇습니다. 지난 번 전당대회만 봐도 공화당은 대의원 88%가 백인이고 아시안은 1.3%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민주당은 백인 63%, 아시안 4.3%였습니다. 사상 최초의 아시안 장관과 아시안 주지사가 모두 민주당입니다. 이것만 봐도 한인이 어느당을 지지해야 하는가가 분명해집니다.

▲길옥빈: 가주가 민주당판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피트 윌슨 전가주지사가 불법체류자 혜택을 박탈하는 프로포지션 187 같은 잘못된 정책을 지지했기 때문입니다. 부시는 윌슨과는 다른 공화당원으로 히스패닉 사이에서도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공화당은 이제 달라졌습니다. 과거에는 백인 위주였지만 지금은 아시안등 소수계를 적극 껴안으려 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에는 이미 흑인, 히스패닉, 유대인, 중국, 일본계가 자리잡고 있어 한인은 들어가 봐야 찬밥입니다. 정치철학이 비슷한 공화당을 미는 것이 현명한 판단입니다.

▲강석희: 어느당을 지지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더 시급한 것은 시민권자 모두 투표를 하고 지지정당에 헌금을 해 주류사회에서 한인들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입니다. 한인들은 아직 정치참여율도 낮고 돈을 내는 것도 자기와 연줄이 있는 사람에게 주는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새천년을 맞아 면모를 일신해야 할 분야가 정치참여라고 봅니다.

▲길옥빈: 그렇습니다. 한인들의 70% 이상이 교회에 가지만 정치 사회적인 문제에는 너무 무심한 것 같습니다. 마틴 루터 킹등 미국에서는 교회 지도자들이 정치 사회 문제 해결에 앞장 섰습니다. 앞으로는 한인 교계 지도자들도 사회적 이슈에 더 큰 관심을 보였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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