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부싸움과 경찰출동

2000-10-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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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싸움에서 경찰을 부르는 한인여성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달려온 경찰이 남편을 사살했다면 어떻게 될까. 이것은 정말 비극이요 여자의 가슴에 평생 못을 박는 일이다.

요즘 워싱턴 DC에서 한인 부부싸움 신고를 받고 달려온 경찰이 남편을 사살하는 바람에 문제가 커뮤니티 차원으로 번져 시끌시끌하다.

사건의 내용인즉 정신질환을 앓고있는 유지영씨(52)가 집에서 난동을 부려 부인이 경찰을 불렀다. 그러나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유씨가 도끼를 집어들자 사살해 버렸다. 어이없어진 부인은 경찰이 과잉방어했으며 사건당시 자신을 밖으로 내보낸 뒤 경찰관 2명이 남편에게 총격을 가한 것은 목격자 및 증인을 만들어 놓지 않으려는 고의성까지 보인다며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유지영씨 피살소식을 들은 워싱턴 DC 한인커뮤니티에서는 분노한 한인들이 대책위원회를 구성,경찰서장을 타운미팅에 출석시켜 따졌으나 경찰서장은 그 상황에서는 사살할 수밖에 없었으며 경찰관의 잘못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

문제는 애당초 유씨의 부인이 경찰을 부른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졌다는 점이다. 유씨부인은 경찰이 자기남편을 연행해 정신병원에 입원시켜 주기를 원했던 것인데 경찰은 부인을 방에서 내보낸후 유씨를 사살해 버린 것이다.

이번 워싱턴 부부싸움사건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멧시지를 전달해주고 있다. 첫째 부부싸움에 경찰을 잘못 부르면 남편이 사살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특히 남자가 흉기를 들고 있으면 경찰을 부르는 것이 예상치 않은 비극을 초래할수도 있기 때문에 심사숙고 해야 한다. 미국경찰은 상대방이 경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인정사정없이 사살하며 이같은 예는 몇 년전 시카고에서도 발생했었다.

사실 한국여성들이 부부싸움에서 경찰을 부르는 것은 미국에 이민와서 배운 생소한 문화다. 그래서 어떤때는 경찰관들이 남편에게 수갑을 채워 연행할라치면 부인이 경찰에 매달려 좀 봐달라고 울고불고 하는 일도 있다. 몇 년전 LA공항에서 한인남성이 부인을 때려 경찰이 출동한 적이 있는데 이때 부인이 수갑찬 남편을 붙잡고 몸부림치며 우는 바람에 공항에서 큰 구경거리가 된적도 있다.

미주한인사회에서는 의외로 정신질환을 앓고있는 남성들이 많이 있다. 이들은 부부싸움의 경우 부인이 경찰을 부르면 물불 가리지 않고 더 길길이 뛴다. 이런 경우 꼭 경찰에 신고해야 겠는가는 여성들이 심사숙고해야 할 문제라는 것을 유지영씨 사건이 말해주고 있다. 경찰출동이 문제수습이 아니라 문제의 확대로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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