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대보다 잘 싸운 부시

2000-10-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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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하워드 커츠<워싱턴 포스트>

토론이 끝나자마자 소위‘진보적 미디어’는 조지 W. 부시의 손을 들어줬다. TV 쪽은 거의 만장일치였다. “부시 텍사스 주지사에 대한 기대는 애초에 낮았다. 그런데 부시가 사실이나 단어들을 엉망으로 만들지 않고 그런 대로 잘 해냈다. 비겼다는 것은 결국 부시의 승리를 말한다. 부시에게 좋은 밤이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조간신문들은 보다 신중하다. 그러나 역시 몇몇 신문이 부시가 고어 부통령을 막아낸 이상의 성과를 올린 것으로 평가했다.

치열한 설전을 두고 즉각적 평가를 내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구체적인 내용이나 특정한 논쟁보다 후보들의 전반적 인상이 더 비중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이번 보스턴 토론을 대본만 가지고 본다면 아마도 고어가 저녁 거의 내내 부시를 수세로 몰아넣었다고 결론 지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번쩍이는 TV 화면으로 보아서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 미디어측 반응을 모아보면 이렇다.


우선 CBS 밥 시퍼의 평. “오늘밤 분명한 것은 이번 토론에서 뭔가 얻은 사람이 있다면 그건 조지 부시다. 부시는 (고어 못지 않게) 이슈들을 잘 파악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CNN의 제프 그린필드의 말. “부시가 문장 하나 제대로 끝낼 줄 모르는 인물로 생각했던 사람들은 많이 놀랐을 것이다”

CNN의 캔디 크로울리도 동의한다. “두 사람 다 자기 몫을 했다. 그렇다면 결국 그것은 부시에게 유리한 것이다. 그가 아직 프라임타임에 나올 수준은 못된다고 느꼈던 사람들에게는 최소한…”

고어가 우세하다고 본 몇 안되는 정치평론가 중의 하나는 ABC의 조지 스테파노풀로스였다. 백악관 보좌관으로 고어 부통령과 같이 일한 적이 있는 그는 고어가 “압도적으로 보였다”고 했다. 그러나 같은 ABC의 샘 도널슨은 고어가 방송시간을 더 많이 차지함으로써 “악당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자기 몫보다 더 챙긴” 사람이라는 인상을 남겼을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의 조니 애플은 이런 평가를 내렸다. “설전이 오가면서 부시는 고어를 정부 몸집만 훌쩍 키울 워싱턴 인사이더로, 고어는 부시를 연방정부 잉여예산을 1% 초부유층만 더 부자로 만드는 데 쓰려는 인물로 부각시키는데 성공했다 … 고어보다 명백히 말이 능숙하지 못한 부시는 때로 머뭇거리기도 했고 불완전한 대답도 했지만 이따금 고어보다 즉흥적이고 각본에 덜 짜 맞춰진 듯 보였다”

LA타임스의 론 부라운스틴은 점수를 이렇게 매겼다. “토론이 끝나도록 결정적인 한 순간, 그도 아니면 기억에 남을 만한 설전조차 없었다.

USA 투데이의 질 로렌스와 수잔 페이지는 “깜짝 놀랄만한 일은 없었다”고 단언했다. “고어는 사실들을 강하게 들고 나왔다. 그러나 보다 개인적인 코멘트들을 해낸 사람은 부시였다.”

워싱턴 타임스의 도널드 램브로는 부시가 더 공세였다고 본 소수 중의 한사람이다. “90분 토론후 정치 평론가들과 여론 조사자들은 이번 토론이 무승부라고 판정했다. 그러나 부시가 중요한 문제에서 보다 공격적으로 보였다. 고어는 특히 선거자금 스캔들 같은 문제에서 수세로 밀린 듯 했다”
마지막으로 여론조사 전문가 존 조그비의 말. “부승부다. 그리고 무승부라면 그것은 어쨌든 부시에게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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