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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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의 허구성

2000-10-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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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잊혀졌지만 탐 듀이는 한때 미국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됐던 인물이다. 1948년 선거에서 여론조사마다 공화당 후보로 출마한 듀이가 현직인 민주당의 트루만을 이기자 시카고 트리뷴 같은 신문은 선거 다음날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듀이, 트루만을 누르다’를 1면 제목으로 대문짝 만하게 뽑아 윤전기를 돌렸다. 예상을 뒤엎고 당선된 트루만이 활짝 웃으며 이 신문을 펴들고 있는 사진은 미 언론사상 최대 오보의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올 미대통령 선거가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양후보의 우열을 점치는 여론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얼마나 정확한가 하는 점이다. 8월 민주당 전당대회 이전 부시가 고어에게 19%까지 앞서자 언론들은 ‘승리는 부시의 것’이라며 선거는 해볼 필요도 없다는 태도를 보이다 전당대회 이후 고어가 부시를 14%까지 리드하자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9월초 노동절 때 우세를 보인 후보는 진 적이 없다’며 부시가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불과 몇 달 사이 경천동지할 사건이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후보자간의 인기가 이런 널뛰기식 현상을 보인다는 것은 과연 여론조사가 믿을 만한 것인가 하는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여론조사라는 것은 언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일례로 뉴스위크는 금요일에 여론조사를 하는데 금요일날 집에 있는 사람은 민주당 성향이 더 강하다. 리버럴 성향의 언론의 조사에 공화당보다 민주당 쪽이 잘 응한다는 연구도 나와 있다. 96년 선거에서 대부분의 조사가 클린턴의 우세를 과장했다.


사람들이 전화 인터뷰에서 말하는 것과 실제 행동이 다른 것도 문제다. 전화로 물어보면 투표하겠다는 사람의 3분의1이 실제로는 표를 찍지 않는다. 민주당 성향의 블루 칼러직 종사 여성들이 그런 경향이 심하다.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우세가 과장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람들이 여론조사에 잘 응하지 않는 것도 조사의 신빙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60년대에는 전화 받는 사람의 65%가 답했으나 이제는 60%가 거부하고 있다. 조사하는 쪽에서 어떻게든 답변을 이끌어내려 하다 보니 부정확하거나 무성의한 결과가 나오기 쉽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총선 결과를 놓고 오보를 낸 적이 있다. 방송사 출구 조사를 믿고 신문들이 여권 승리를 점쳤는데 실제 결과는 반대로 나온 것이다. 민주사회에서 여론조사는 필요악이다. 없앨 수는 없지만 지나치게 믿을 수도 없다. 올해처럼 표차가 근소한 선거일 때는 더욱 그렇다. ‘선거는 뚜껑을 열어 봐야 안다’는 속담을 되새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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