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금은 종교적화합이 절실할 때

2000-10-04 (수)
크게 작게

▶ 여론 마당

▶ 박 노아

지난 1일 ‘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의 저자인 현각스님 초청 대법회에 갔다. 내 딴에는 일찍 도착하여 앞자리를 잡을 요량으로 15분전에 도착하였건만, 호텔 주차장은 이미 꽉 찬 상태라서 인근을 배회하다가 겨우 차를 가두주차시키고, 호텔로 들어가니 입구서부터 법회에 온 사람들로 인산 인해를 이뤘다. 북적거리는 장내가 어느 정도 정리되고, 현각스님 의 법회가 시작되었다. 유창한 한국어는 아니었기에, 간간이 더듬거리면서 설법을 하셨지만, 그 모습이 너무나 진솔하였고, 유머가 풍부한 언변에 참석자들은 좁고 불편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이 푸른 눈의 스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다.

20여년간 기독교에 몸담아 온 나로서는 불교에 대해 문외한이었지만, 이해할수 있게 쉽게 말씀하셨다. 스님은 오늘날 서구화의 물질문명에 밀려가는 5000년 전통의 한국정신 문화를 개탄하며, 뿌리가 없는 나무는 쓰러진다고 했다.

그렇다. 오늘날 한국의 현실을 보면 꼴불견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거리에는 온갖 색깔의 머리가 눈에 뜨이고, 특히 금발머리가 제일 흔하다. 뒤에서 보면 백인인지 한인인지 구별을 할 수 없을 정도다. 왜 한국인은 미국인이 되지 못해서 안달일까. 이대로 가면 머지 않은 날에 마이클 잭슨처럼 표백제로 피부까지 희게 하여 인조백인 이 탄생될 날도 머지 않을 것이다.


이런 한국의 모습을 보고 외국인들은 의아해 하면서, 한국인들은 고유의 좋은 전통과 미풍양속이 있는데 왜 영혼과 정신을 썩게 하는 서구문화의 잔재물을 받아 들이고있는지 이해를 할수 없다고들 한다.

물론 기독교가 한국땅에 도입된 후 낙후된 우리의 문화와 문명을 발전시키는 많은 공헌을 했다, 하지만 그것은 걷잡을 수 없이 서구문화를 들여오는 물꼬를 텄고 그 서구화의 물결을 타고 물질 만능주의와 합리주의가 만연됨에 우리의 고유한 정신문화와 윤리도덕의 기강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요즘 세태를 보면 너무 잘 알다시피, 자식이 부모를 구타하고, 사업자금을 더 주지않는다는 이유로 살해하는 등 가공할 사건들이 신문지상에 자주 보도가 되지 않던가. 이러한 사회의 병폐를 일소하고 나날이 무너져가는 사회윤리,예의범절을 되찾기 위하여 우리의 고유문화와 전통을 계승발전 시켜야만 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선 우리에겐 무엇보다도 종교적인 화합이 필요할 것이다. 기독교는 불교를 존중해주고, 불교는 기독교를 격려해주면서, 내 종교만이 최고라는 아집을 버리고, 이단이니 삼단이니 하는 상호배척적인 용어가 이땅에서 사라지게 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에겐 남북통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이 문제가 선결되어야만, 차후로 종교적인 갈등과 마찰을 피할 수 있을 것이고, 유고공화국 같은 불행한 사태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기독교는 더 이상 교회신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 특히 불자를 보고 우상을 숭배하는 마귀운운 하는 극단적인 언사를 쓰지말 것이며, 추석과 설날 같은 명절에 차례를 지내면서 절을 올리는 것을 우상숭배로 보지 말아야 할것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