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실패한 거인 트뤼도

2000-10-04 (수)
크게 작게

▶ Voice of America

▶ (데이빗 프럼, 월스트릿저널 기고)

지난 주 사망한 트뤼도 전 캐나다 총리는 공치사를 싫어한 인물이었다.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지 않는 것과 개인적인 용기는 그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1968년 6월 선거를 하루 앞두고 몬트리올 퍼레이드에 참가한 군중이 폭도로 변해 돌과 병을 집어 던지자 참관중이던 다른 정치인들은 도망가기에 급급했지만 그는 폭도들을 노려 보며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다음날 그가 속한 자유당은 압승을 거뒀다. 1970년 퀘벡에서 두건의 테러인질극이 벌어지자 계엄령을 선포하고 500명을 체포했다. 한 기자가 “어디까지 갈 생각이냐”고 묻자 “두고 보라”고 대답했다.

인기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 그의 장점이었다면 자유에 대한 기피증세는 가장 큰 단점이었다. 미터제를 강행, 파운드로 물건 파는 사람을 잡아 넣는가 하면 모택동을 찬양하는 책을 쓰고 카스트로와 건배를 하기도 했다. 그는 사회주의자는 아니었지만 모든 중요한 결정은 정부가 내려야 한다고 믿었다.

그는 퀘벡 분리주의를 막는 업적을 세웠으나 중과세에도 불구하고 선진국가중 가장 많은 부채를 캐나다 국민들의 어깨에 얹는등 경제를 엉망으로 만드는 실책을 범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위대한 인물이었지만 가장 실패한 20세기 정치지도자의 하나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