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코리안 흔적 좀 남기지 맙시다

2000-10-0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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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제언

▶ 영 B. 박<아케디아>

지난주 우리 부부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2박3일 캠핑을 하면서, 우리 한인들이 크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은, 작은 배려만으로도 이웃에 누를 끼치거나 한인이미지를 흐리는 일을 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뒤늦게 결정한 캠핑 계획으로 무작정 떠나 가까스로 한 싸이트를 배당받는 행운을 얻었는데 주변에서 한국말로 대화하는 소리를 들을 수가 있어 우리 외에 또 다른 한국인 그룹이 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텐트를 쳐놓고 식수를 길어오기 위해 수도가에 갔더니 수도 주변 여기저기에 쌀들이 볼상 사납게 흩어져 있었다. 주변 사람들 중에는 우리처럼 쌀을 먹는 일본이나 중국인 또는 베트남 사람들을 발견할 수가 없었고 주위 사람들은 미국인들이거나 유럽에서 온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보아 쌀을 흩어놓은 범인(?)이라면 우리 부부가 아니면 또다른 한국인 그룹일 것이라는 추측을 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캠핑을 갈 때 우리의 경우 통상 1박2일이나 2박3일 정도이고 길어야 일주일 이내에 끝나는 것이 보통인데, 이 짧은 기간에 한식만을 고집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한식을 먹는다 해도 꼭 이렇게 요란스러워야만 하는지 모를 일이다. 우리는 캠핑을 갈때 식당에 가서 사먹지 않아도 될 분량의 샐러드와 샌드위치 재료 또는 캔에 들어있는 스프나 과일등으로 간소화하고 아이스박스에 얼음만 계속 채워두면 2-3일 정도는 변질되지 않는 종류로 준비를 하며, 한식을 먹어야 할 경우라도 미리 계획을 세워 간단한 밑반찬을 준비하고 쌀은 미리 씻어 비닐백에 넣어 물만 추가한다. 이렇게 하면 간단하고, 시간도 절약할수 있으며 주변을 어지럽히지 도 않아 “여기 한국인 다녀갔노라”라는 식의 흔적을 남기지 않고도 마음껏 즐기다가 올수 있다.
물을 길어다 놓고 주변 정리를 한 후 수도가의 흩어진 쌀들이 마음에 걸려 이를 치우려고 가봤더니 수십마리의 새떼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었고 잠시후 수도 주변은 말끔히 청소가 돼 있었다.

캠프 싸이트에 돌아오는 길목에는 “Keep Wildlife Wild”라고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지 말 것을 알리는 싸인판이 눈에 들어왔다. 그 한인 그룹은 주변을 어지럽혔고 한인에 대한 이미지를 흐려 놨으며 작으나마 자연을 해쳤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등 여러면에서 골고루 공헌을 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에게는 작은 배려를 할수있는 마음의 여유와 함께 공유한다는 주인 의식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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