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어 닮아 가는 부시

2000-10-0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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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oice of America

▶ (조나단 체이트, 뉴 리퍼블릭)

9월초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부시가 여론조사에서 밀리자 공화당 지도부는 고민끝에 인물 대결로는 승산이 없다고 보고 정책 대결로 작전을 바꿨다. 그러나 새롭게 변신한 부시의 모습은 어디선가 본듯한 인상이다. 고어가 전당대회장에서 아내와 키스를 해 인기가 올라가자 부시는 오프라 윈프리 쇼에 나와 오프리와 키스를 했다. 고어가 ‘미국 가정의 번영’이란 경제 정책서를 발표하자 부시는 ‘중산층을 위한 청사진’이란 정책 보고서를 냈다.

예선에서도 그랬다. 맥케인이 뉴햄프셔 예선에서 승리하자 버스를 타고 다니며 유세를 벌이던 맥케인을 비웃던 부시는 자기도 버스를 빌려 유세에 나섰다. 대기업으로부터 가장 큰 지원을 받고 있던 부시는 맥케인을 "로비스트들에게 구걸행각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하는 가 하면 연줄로 월남전을 피한 그가 5년간 하노이 감옥에 수삼됐던 전쟁영웅 맥케인이 재향군인 문제에 무관심하다고 공격했다.

전당대회 이후 똑같은 상황이 발생했다. 후보의 인격 대결을 들고 나왔던 그가 인기가 추락하자 갑자기 정책 우선주의로 입장을 바꿨다. 고어는 큰 정부 우선주의자라고 비난하면서도 중산층을 위해 싸우겠다는 캐치프레이즈는 고어 것을 도용했다. 처방약 문제로 고어가 우위에 서자 그 때까지 관심도 보이지 않던 부시는 고어의 계획은 불충분하며 자기안이야말로 고령자를 위하는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란 말은 이럴 때를 두고 하는 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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