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마움의 표시

2000-09-3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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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혜옥 <몬트레이한국학교교장>

점점 멀어져가는 앞차를 바라보며 나는 흐뭇한 미소를 오랫동안 지울 수 없었다. 고속도로를 운전할 때 옆에서 가던 차가 내 앞으로 들어오고 싶어하며 쳐다보길래 자리를 내어 주었더니 들어오면서 고맙다고 웃으면서 인사하고 또 들어와서는 계속 운전하면서 한손을 들어 흔들며 차가 멀어질 때까지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이었다.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이 작은 고마움의 표시가 하루종일 나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사실 손을 흔들며 고마움을 표시하는 일은 아주 작은, 전혀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그 작은 행동에 따라 편의를 제공한 사람의 기분은 크게 좌우될 수있다.

나는 외국사람들에게 한국말을 가르칠 때 다른 것은 다 잊어버려도 3가지의 간단한 표현은 꼭 기억해서 사용하라고 강조한다. 첫째는 “감사합니다”, 둘째는 “미안합니다” 그리고 셋째는 “사랑합니다” 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이 세가지 말의 표현을 적절한 때에 적절하게 사용할 때 큰 기쁨을 누릴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우리 학생중의 하나가 여름방학동안 한국에 다녀온 후 소감을 말하면서 “한국사람들은 가장 예절 바른 사람들 같으면서 가장 예절이 없는 사람들 같아요” 해서 이유를 물었더니 무겁지도 않은 물건은 꼭 두손으로 드려야 하는 예절있는 사람이라고 하면서 다른 때는 전혀 예절을 차리지 않는단다. 예를 들면 사람들이 아주 많은 거리를 걸을 때 부딪치며 모르는 체 지나가는 것까지는 좋은데 발을 밟고서도 뻔뻔스럽게 모른척하며 그냥 지나가길래 화가 나서 그사람 앞에 가서 쳐다보았더니, 오히려 왜 쳐다보느냐는 표정으로 반문하더라는 것이다. 또 식당에 가서 주문한 음식을 가져왔을 때 “감사합니다” 라고 했더니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더라는 것이다. 당연한 것을 지나치게 표현할 필요가 없다는 사고방식이다.

나는 우리학생들에게 “우리가 먼저 본을 보이자. 작은 일에도 감사하다는 표현을 하는 것은 절대로 잘못된것이 아니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일중의 하나이다. 미국에 사는 한국사람으로서 미국의 좋은 것을 배워서 한국사람들에게 가르쳐주고 또 우리 한국의 좋은 관습을 배워서 미국사람들에게 보여주자”고...

이 땅에서 우리의 미래인 꿈나무들이 더욱 더 슬기롭고 총명하게 자라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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