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남편의 소원과 나의소원

2000-09-3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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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생각

▶ 김은미

세상에는 부모 없이 태어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고아도 입양아도 부모 밑에 태어나고 부모를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애를 태운다.

나는 치매에 걸린 91세 시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평범한 주부다. 자식이 5남매나 되는데도 우리 시할머니 곁에는 아무도 없다. 가까이 있는 자식도 멀리 있는 자식도 모두 당신들 집에 올까봐 걱정을 한다. 아예 양로원으로 보내란다. 그런 자식들을 할머니는 매일 찾는다. 바지에 소변보신 것도 모르시면서 자식들 밥해 주러 집에 가신다고 매일 문고리를 붙들고 사신다.

24시간이 전쟁이다. 하지만 불쌍한 마음이 먼저니 어찌하랴. 다행이 둘째 손자인 남편이 할머니 돌아가실 때까지 모시고 싶어하기에 내가 고생이지만 요즈음 같이 자기 이익만 따지고 챙기는 세상에 따뜻한 마음을 가진 남편이 멋있어 보이니 어찌하랴. 내 남편의 마음을 칭찬하고 싶다.

할머니 돌아가실 때까지 잘 모시고 싶은 남편의 소원을 내가 들어주고 싶다. 하지만 나도 소원이 있다. 나와 두 아들을 생각해서 남편이 술을 끊었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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