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경찰은 무엇 하고 있는가

2000-09-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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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도대체 이해할수 없는 일이다. 꼭같은 방식의 범죄가 똑같은 지역에서 몇 년째 계속되고 있는데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다. LA 다운타운에서 일어나고 있는 원단절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 수년간 최소 50건의 원단 절도 사건이 벌어져 한인원단 업자중 20%가 피해를 입었다. 이제는 매주 한건 꼴로 정기적으로 일어나는등 좀처럼 줄 기색이 안보인다. 총 피해액수도 1,000만달러에 육박하고 있으며 어떤 업소는 3번이나 털린 곳도 있다.

원단은 수명이 한조가 돼 트럭으로 물건을 훔쳐 가기 때문에 피해가 큰게 특징이다. 한번 털렸다 하면 피해액이 수십만달러에서 100만달러에 이른다. 털이범들은 종업원이 거의 없는 한밤중에 공장으로 침입, 총으로 위협해 물건을 실어 나르게 하고 자신들은 맥주를 까 마시는 여유를 보이고 있다. 이들이 이처럼 느긋하게 범행을 저지를수 있는 것은 워낙 여러번 해 이력이 난데다 몇몇 케이스는 종업원들과 짜고 해 공장 사정에 훤하기 때문이다.

원단털이가 계속되면서 보험료가 오르는 것은 물론 시큐리티 카메라 설치등 가입조건이 강화되고 보험금 한도액도 5만달러선으로 줄어 들고 있다. 보험사측은 처음 보험금을 노린 업주측의 사기가 아닌가도 의심했으나 각종 조건이 까다로워져도 같은 사건이 계속되자 이제는 전문 절도단의 소행임을 인정하고 있다.


원단은 훔치자마자 즉시 암시장에서 거래가 돼 다음날이면 옷으로 만들어져 범인을 잡는 것이 힘들다는 것이 경찰측 이야기다. 종업원중 상당수가 불법체류자로 신분증도 가짜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신원파악도 어렵다는 것이다.

범인을 잡는 일차적인 책임은 경찰에 있지만 사태가 이쯤되면 언제까지 경찰만 나무라고 있을수는 없다. 피해업주끼리 모여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절도예방을 위해 시큐리티 강화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종업원 관리다. 종업원중 상당수는 저임에 체류 신분도 불분명한데다 직장에 대한 애착도 없어 유혹에 빠지기 쉽다. 업주들끼리 종업원 풀 리스트를 만들어 신원이 확실한 사람만 고용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만 하다. 아무리 경비를 철저히 해 봐야 내부에서 자물쇠를 열어 주면 헛고생이다.

거듭되는 원단절도는 가뜩이나 불경기로 어깨가 무거운 한인업주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원단털이범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업주들이 편안히 생업에 종사할수 있도록 하루속히 전문 절도단을 일망타진할 것을 경찰에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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