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쉬움 남긴 ‘한국의 날’ 축제

2000-09-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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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의견

▶ 엄경춘

2000년 한국의 날 축제가 온갖 자랑과 기쁨을 우리에게 안겨주었다. 그러나 내년에는 좀 더 알차고 흥겨운 한국의 날 축제가 되었으면 한다.

우선 버스가 다니질 않아 생각보다 장터 손님이 줄었다는 이야기와 첫날 비가 많이 와서 걱정에 걱정을 했다는 소식에는 어쩔수 없이 안타까워해야만 했다.

나는 붐비는 사람들 틈을 이리저리 헤매며 작년보다 썰렁한 장터를 비교해 보면서 현실을 사랑해야지 하고 혼자 마음을 달래었다. 작년에 유난히 화장품 코너가 많았던 데 비해 올해는 적당히 화장품 코너가 오픈되었음이 우선 마음에 든다. 구운고기 냄새와 뽀얀 연기, 하늘을 날던 축하 헬리콥터, 한국에서 상륙했던 귀한 물건들이 올해는 없었다. 먹거리 코너에서 순대와 돼지족발을 만났다.


“순대와 섞어 주세요”하니까 섞어서는 안 판다는 것이었다. 다른 집도 아닌데 한집에서 섞어서는 안된다니, 아마 두접시를 팔아야겠다는 장사 속인 것 같아 “그래요? 그럼 두 접시 주세요”하며 찜찜한 체로 받아 들었다.

족발은 맛도 없고, 질기고, 두껍고, 그래서 싸가지고 집에 가자 생각이 들어 “이것 좀 싸 주세요”하며 내 밀었더니 “바빠서 싸줄수가 없네요”하며 접시를 맞덮어 주는 것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갖고 가요?”하며 들고 서 있으려니 부엌 안쪽에 일회용 음식상자 쌓아놓은 것이 보였다. 그걸 겨우 하나 얻어, 쏟아 붓고는 비닐 봉지 달라는 소리도 못하고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어 인파에 떠밀려 나오고 말았다.

무엇이 축제기간에 감동적이었을까. 한복바지 저고리에 감투를 쓰고 한국차 민속차라며 팔던 아저씨, 건강국수집에서 다소곳이 웃으며 국수말아 주던 아주머니가 그래도 내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었다. 매상을 많이 올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뒤로하고, 올림픽가에 퍼레이드를 보러갔다. 벌써 많은 행렬이 지나갔고 모두들 연습한 것을 열심히 보여주어 박수를 치고 환호하고 있었다.

헌데 나는 바보처럼 뒤에 서서 볼수가 없었다. 아니 나는 잘 서 있었는데 앞사람들이 길가에 있지 않고 선수들 가까이 몰려나가 서서 보는 바람에 길가에 얌전히 서있던 나와 옆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속이 상하고 말았다. 또 얼마나 지났을까. 무용단이라는 이름을 붙인 오픈카에 탄 사람은 태극기가 거꾸로 붙은 채 기를 흔들어 나를 안타깝게 했다. 마지막에 있었던 부채춤 퍼레이드는 정말 그 색조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헌데 터진 치맛자락하며 더러운 치마 단, 묶지 않은 긴 머리들. 한복에 어울리는 머리는 어떤 모양인지 왜 모를까, 긴 생머리에 족두리가 가당키나 한지.

어느 해인가 T셔츠를 던져주던 그때가 좋았다. 후원하는 곳에서야 돈이 들겠지만, 실상 T셔츠 한장이 얼마나 할까. 어쨌든 T셔츠가 있거나 없거나 한국사람들이 많이 나와서 태극기를 흔들고 환호하는 풍성한 잔치가 되었으면 좋겠다. 축제기간에 나온 물건이 마켓 것과 똑 같더라도 이왕이면 장터 물건 팔아주고 기쁨속에 더욱 축제가 활성화되었으면 한다.

한인타운에서 볼수 없는 고향냄새가 물씬 나는 그런 상품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고 내년에는 진짜로 풍성한 축제가 되도록 준비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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