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한 김대중대통령이 이곳 동포와의 간담회에서 1.5세, 2세들을 한국적 미국인으로 키워 미국 주류사회에 진출시키는 것이 곧 애국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한국적 미국인이란 한국인으로서 뚜렷한 정체성을 갖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을 칭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에서 성장하는 1.5세와 2세들에게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심어주는 것이 모든 부모들의 소망이지만 집에서 거의 모두 영어만 사용하고 일요일이면 교회에 나가 이스라엘 역사를 배우다 보면 자녀들의 정체성이 문제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들이 미국에서 한국 전통문화를 접할 기회는 거의 없다. 제사를 지내는 가정도 얼마 없고 설날이나 추석은 그냥 훌쩍 넘어가고 큰 명절은 추수감사절이나 성탄절이 되고 만다.
자기 빛깔을 분명히 하지 않는 사람은 어디서나 괄세를 받는다. 다민족 미국사회에서도 정체성이 없는 민족은 다른 민족으로부터 푸대접을 받는다. 한국어는 물론 한국 문화를 모르는 한국계 미국인 3세와 겉모양이 비슷한 중국계 미국인 3세가 상호 다르다는 것을 어떻게 다른 민족에게 이해시킬 수 있을까.
한국 뿌리찾기 단체에서 가끔 사물놀이를 하지만 한국문화를 잘 모르는 청년들이 사물놀이를 하니까 구경꾼들의 흥을 돋구지 못하고 마음 한구석에 어딘가 공허한 느낌을 지울 수 없게 한다. 그래서 우리 재미동포 2세들은 무엇보다 먼저 외면적이 아니라 내면적으로 한국적 미국인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