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최후수단 택한 심정 이해를"

2000-07-18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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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로빌 남미숙씨, 밀입국 가족 도와 ‘선한 사마리아인’ 칭송

무더기로 체포된 한국인 밀입국자 21명 가운데 7명이 미국내 친지들과 상봉한 것은 오로빌에 거주하는 한인 남미숙씨의 재치 있는 도움 덕분이었다.
남씨는 어린이가 딸린 2가족 7명이 보석으로 풀려난 뒤 이들을 여러모로 도와줘 주위로부터 ‘선한 사마리아인’이라는 칭송을 들었다. 다음은 남씨와의 일문일답이다.

- 언제 이들의 밀입국 사실을 알았나?

▲ 모텔을 경영하는 친구의 전화로 처음 알았다. 이들이 영어를 못해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다며 나에게 알려왔다.


- 처음 만났을 때 그들의 상태는 어땠나?

▲ 의외로 차분했다. 아이들이 약간 불안해 보였는데 오로빌을 떠나던 날 안정을 되찾은 듯 했다. 9살, 7살 짜리 아이들이 억류 당시 상황을 자꾸 회상하자 부모가 달랬고 1살짜리 아기는 심하게 보챘다.

- 어떻게 그들을 도왔나?

▲ 솔직히 큰 도움을 준 건 아니다. 보석으로 풀려난 당일 시애틀로 가려던 이들은 버스가 끊겨 하룻밤 오로빌에 묵었는데 그때 전화 거는 법, 차편 갈아타는 법 등 간단한 상식을 가르쳐 주었다. 칭찬 받을만한 일을 하지 않았다.

- 그들이 돌아간 경로는?

▲ 남편(Paul Charbonneau)이 더 큰 일을 했다. 남편이 밴으로 웨나치 그레이하운드까지 태우고 가 버스 운전사에게 시애틀에 도착하면 이들에게 반드시 일러주도록 거듭 당부했다. 시애틀에서는 이모씨의 친지가 운영하는 모텔에서 하루 묵은 것으로 알고 있다.

- 그들과는 연락이 되는가?


▲ 뉴저지와 테네시 친지 집으로 흩어진 후 전화가 왔었다. 그들의 연락처를 갖고 있어 언제라도 연락은 가능하다.
(인터뷰 중간에 이모씨의 장모로부터 감사전화가 왔다.)

- 미국에 언제 왔는가?

▲ 11년째다. 나도 비자를 받느라고 맘 고생을 많이해 그들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남편이 말을 끊으며) 경제적으로 안정된 친지들이 보증하는 상황에서 비자를 내주지 않는 미국 이민법을 이해할 수 없다. 최소한 그 2가족은 미국에 들어와 영주할 수 있는 자격 조건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 더 하고 싶은 말은?

▲ 그들은 불균등한 이민법과 악덕 밀입국 브로커들의 피해자다. 밀입국자가 한인사회 위상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하기 전에 어쩔 수 없이 최후의 수단을 선택한 그들을 이해하려는 마음 자세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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