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 치약 등 길가에 널려 있어

2000-07-17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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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보 기자 한국인 밀입국 현장을 가다

▶ 순찰대장, "산사자와 곰 자주 출몰, 차라리 발각된 게 다행"

<오로빌> 한국인 21명이 떼지어 넘어오다 붙들린 오로빌의 국경 도로엔 이들이 흘린 한국제 치약·칫솔 등 유품이 널려져 있어 이들이 경황없이 체포됐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실제로 이들은 캐나다 경내에서 워싱턴주 오커노건 카운티의 산간 마을인 오로빌로 기간도로를 통해 한밤 중에 걸어 넘어온 직후 미국 쪽 알선책은 얼굴도 못보고 붙들렸다.

이들을 체포한 국경수비대(UBP) 스포켄 구역 오로빌 지서 책임자 리처드 그레엄씨는본보 기자에게“밀입국자들이 일망타진된 뒤 그 사실을 모르고 국경으로 접근하던 브로커 차량 2대를 단속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오로빌의 한 주민은 한국인들이 무모하게 밀입국을 시도했다며 20여마일만 서쪽으로 가면 전형적인 산악 루트가 있는데도 발각되기 쉬운 2차선 대로를 도보로 월경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들이 체포된 시각은 11시 30분. 순찰 중이던 한 요원이 약 반마일 떨어진 검문소 근처에서 이들을 야간투시경으로 발견했다. 그레엄씨는“깨끗한 차림새와 세련된 매너 등 전형적인 중산층임을 느낄 수 있었다”며 체포 당시 별다른 저항 없이 순순히 요원들의 지시에 따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들의 밀입국이“목숨을 건 위험한 짓”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이 선택한 나이트호크 도로에서 최근 2마리의 산사자(쿠거)가 사살됐고 소와 말이 쿠거나 곰에 희생되는 곳이어서 어떤 의미에선 국경수비대에 발각된 것이 다행일 수도 있다고 그는 말했다.

그레엄씨는 발각된 21명 중 7명에 대한 보석은 자신이 결정했다며“돌 지난 아기를 보는 순간 포스터 홈으로 보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보석을 허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모두 뉴저지와 테네시의 친지 집에 무사히 도착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오로빌 검문소는 평소 차량의 왕래가 적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게이트를 개방하며 캐나다 3번 고속도로로 통한다. 오로빌 지서가 커버하는 지역은 몬태나주 등을 포함, 총 100여 마일로 모두 7명의 요원이 근무한다.

나이트호크 도로변에는 한글 상표의 치약과 칫솔 외에도 이들이 대부분 단체 관광객에 섞여 캐나다에 입국했음을 암시하는 여행 안내 일정표도 떨어져 있었다.

이 스케줄에 따르면 일행 중 일부는 월경 하루 전인 6일 AC898편으로 입국, 샌드맨 호텔에 묵은 것으로 추정되며, 12일 AC899편으로 한국에 돌아가는 것으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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