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그기 타고 미국 하늘을 난다"

2000-06-19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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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추어 비행사 정세화씨, 6·25 당시 북한 주력기 수입

6·25 발발 50주년을 앞두고, 당시 북한의 주력 전투기였던 구 소련의 미그-19(Mig-19)기를 수입해 미국 하늘을 날고 있는 한인 아마추어 비행사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유타주 솔트 레이크에서 철골 빔 설계 용역 회사를 운영하는 정세화씨는 지난 97년 뜻 맞는 지인들과 15,000 달러를 모아 폴란드 격납고에서 잠자고 있던 미그기를 수입했다.

스스로 3,000 비행시간을 기록하고 있는 정씨는 미그기가 “가볍고 순발력이 좋아 전문 조종사들이 꼽는 최고의 비행기”라며 한국전 당시 미군의 간담을 서늘케 했던 미그기가 반세기만에 미국 하늘을 날아다닌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뛰어난 비행 성능에도 불구하고 미그기는 당시 미군 주력기였던 F-86에 맥도 못추고 떨어져 나갔다. 정씨는“전자 장비와 화력이 뛰어난 F-86이 전투능력은 우세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전 발발 초기 B-29 폭격기만 파견해 절대적 제공권 열세에 있던 미군은 F-86의 가세로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 격추된 비행기 숫자로만 따지면 6:1로 미그기가 상대가 안됐다고 정씨는 설명했다.

정씨는“한시간 비행에 소모되는 연료는 약 420 갤런이며 조종사에게 지불되는 비용을 합산하면 한 번 비행에 수 천 달러가 든다”며 취미생활 치고는 부담이 꽤 크다고 말했다.

정씨의 미그기는 주로 에어쇼에 참가하며 기능을 점검하고 있다. 격납고가 있는 레이크 타워에는 6대의 미그기가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구 소련 붕괴이후 시장에 나온 중고품이다.

체로키, 세스나 210 등 주로 경비행기를 모는 정씨는 미그-19기 조종이 아직 부담스럽다며 "간간이 전문가가 모는 미그기에 동승해 속도감을 즐기지만 언젠가는 손수 운전해보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정씨는 부친이 일본 육군 조종사 출신으로 해방 후 대구 조선항공대학을 설립, 운영했던 파일럿 집안 태생이다. 정씨 자신도 한국에서 공군장교로 복무해 하늘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연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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