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아나운서 위진록씨
원로 아나운서 위진록씨가 에세이 모음집 ‘오래된 출장’을 펴냈다.
“문득 죽기 전에 나도 한마디 해야겠다고 작심한 것이죠”
원로 아나운서 위진록(92)씨가 오늘날 한국의 정치, 사회, 문화 그리고 최근 일본과의 불편한 관계 등을 예리한 시선으로 진단한 에세이 모음집 ‘오래된 출장’을 펴냈다. 1950년 한국을 떠나 만 92세가 된 저자가 70년에 이르는 출장에서 완성한 보고서다.
6.25 전쟁, 9.28 서울수복 첫 방송보도 아나운서로 잘 알려진 저자는 1950년 11월 어느 날에 한 달 일정으로 도쿄에 자리한 유엔군총사령부방송(VUNC)에 출장을 떠났다. 그러나 이 한 달이 그의 인생 전체를 바꿔놓게 되었다. 연합군의 총공세로 전쟁이 곧 끝나리라 전망됐지만 중공군의 개입으로 전세가 교착상태로 빠져들면서 한 달 일정의 출장은 무기한 연장되었다. 한 달간의 출장이 세월이 흘러 어느 새 70년에 이르게 된 것이다.
6·25 때 떠난 출장 70년 만에 생생한 증언과 진실의 보고서를 완성해 책으로 펴냈음에도 저자는 자신의 출장 임무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내비친다. 1972년 가족 이민을 온 이후 비록 몸은 태평양 건너에 있지만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한시도 거두지 않았던 저자다.
책 머리에서 저자는 2019년 8월12일부터 11월7일까지 3개월에 걸쳐서 신문, 방송에 보도된 뉴스와 사건들에 관해 생각나는 대로 하고 싶은 말을 기록했다고 밝히고 있다. 책 제목은 계간지 ‘솟대문학’에서 2회 추천을 받은 신동욱의 첫 시집 ‘기린의 시간’ 중 마지막에 실린 시의 제목에서 따왔다.
‘위진록 선생님께’라는 부제를 단 신동욱의 시 ‘오래된 출장’이다. 저자는 “그의 싯구 중 ‘가난을 흙먼지처럼 먹고 자랐습니다’라는 표현이 눈시울을 뜨겁게 하고 있다”며 시집을 광고했다.
위진록씨는 1979년 첫 수필집 ‘하이! 미스터 위’ 이래 다수의 수필집, 평전, 음악수상집, 자서전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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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