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동 난민들 ‘산 너머 산’

2015-08-22 (토)
작게 크게

▶ 그리스 입국 성공했지만 마케도니아 국경 봉쇄

▶ 독일행 수천명 노숙

중동 난민들 ‘산 너머 산’

아기를 안아든 한 여성 난민이 마케도니아 경찰이 설치한 철조망 너머 마케도니아 입국을 기다리는 난민들 틈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가족을 찾고 있다.

내전을 피해 독일 등 서유럽으로 가려는 중동 난민들이 그리스 입국에 성공했지만 마케도니아(FYROM) 국경을 넘지 못하고 수난을 겪고 있다.

그리스 일간 카티메리니와 AP 통신 등은 21일 그리스 북부 마케도니아 국경에서 마케도니아 경찰들이 입국을 저지하려고 폭음탄을 던져 난민 5명이 경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대부분 시리아 국적인 난민 3,000여명은 전날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을 동원해 국경을 폐쇄한 마케도니아로 가지 못하고 그리스 북부 에이도메니 마을에서 노숙하고 있다.


경찰은 전날 이곳에 취재진의 출입도 한때 제한했으며 밤새 난민들이 추가로 모여들자 긴장이 고조됐다.

마케도니아 경찰은 이날부터 새로 도착한 난민에게 임시비자 발급을 중단해 난민들은 다시 그리스로 돌아가야 할 처지에 놓였다. 경찰은 임시비자를 발급하는 게브겔리자 마을의 기차역에도 경찰을 대거 배치했다.

마케도니아는 최근까지 사흘 동안 체류할 수 있는 임시비자를 발급해 독일로 가려는 난민들이 이용하는 주요 경로였다.

마케도니아 내무부 이보 코테브스키 대변인은 블룸버그 통신에 “우리는 국경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우리는 인권을 존중하고 싶지만 우리 능력은 한계에 이르렀고 누구도 도와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마케도니아 국경에 몰려든 시리아와 이라크 등의 난민들은 접경국인 터키 서부 에게해 연안도시에서 고무보트 등으로 5~10㎞ 거리의 첫 유럽국인 그리스 섬으로 밀입국한 이들이다.

이들은 마케도니아와 세르비아,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발칸반도국을 거쳐 독일로 가기를 원하고 있다.

세르비아와 헝가리 등의 난민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헝가리 정부는 지난 6월 세르비아와 접한 국경 175㎞에 높이 4m의 방벽을 치겠다고 밝히자 세르비아와 그리스가 강력히 규탄한 바 있다.


그리스 올가 게로바실리 정부 대변인은 최근 “난민위기는 엄격한 법적 절차를 적용하거나 난민선을 전복시키거나 장벽을 세우는 것만으론 해결될 수 없다”며 유럽연합(EU) 회원국들에 사태해결을 위한 종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EU 국경관리기관인 프론텍스는 지난 7월 한 달간 유럽으로 불법 입국한 난민이 10만7,500명에 달해 사상 최대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올해 들어 7월까지 유럽에 입국한 난민은 34만명으로 지난해 연간 통계인 28만명을 이미 넘었으며 그리스로 넘어간 난민은 16만명으로 가장 많았다.

코스와 레스보스 등 그리스섬들에서 노숙하다 전날 피레우스항에 도착한 시리아 난민 2,500여명 대부분은 마케도니아로 가려고 아테네의 기차와 시외버스 터미널로 몰렸다.

시외버스들은 북부 테살로니키행 운행을 하루 11편에서 42편으로 늘렸고 철도 당국도 테살로니카행을 증편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