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A+ 받는 비결 달라도 너무 달라

2014-11-1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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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담까지 받아적는 서울대생 VS 스스로에 질문하는 미시간대 학생

▶ 대학까지 이어지는 주입식 교육 개탄

■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 (이혜정 지음·다산에듀 펴냄)

공부를 잘 한다는 서울대 학생들사이에서도 4.3점 만점인 학점에서4.0점 이상을 맞는 최우등생은 전체의 2.5% 수준에 불과하다. 잘 배우고 잘 가르치는 법을 연구하는 교육학자로서 이 학생들의 특별한 공부법을알아보고자 했던 것이 저자의 원래 의도였다. 그러나 연구를 진행할수록저자의 당혹감은 커졌다. 초·중·고교시절의 ‘주입식 교육’과 별반 다를 게없는 수용적 학습을 고수하는 학생들일수록 최고 학점을 받고 있던 것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이라는 서울대가 이렇게 가르쳐도 되나?’, ‘비판적 창의적 사고력을 키우겠다는 교육 목표는 어디로 갔나’ 저자의 의문은 연구 프로젝트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다.

실제 저자가 서울대 최우등생 46명을 심층 인터뷰한 내용을 읽다 보면 암담해지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학생들은 “교수님이 하는 말은 농담까지 다 받아적는다”, “1학년 때 나만의 아이디어를 찾는 식으로 공부했다가 시험을 망쳤다. 이후 그냥 고등학교 때처럼 교수님 말씀을 다 받아적으니깐 다시 성적이 올랐다”고 말한다. 이렇게 수업시간 교수님의 ‘말’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다 적는 최우등생은 인터뷰에 응한 전체 학생 중 87%에 달했다.


반면 예습은 안 한다. 인터뷰 참가자 46명 중 37명이 예습은 전혀 안한다고 했고, 나머지 20%도 예습보다 복습에 더 중시한다고 한다. 사실 교수님이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업이라면 예습 같은 건 필요 없다.

이렇게 만들어진 최우등생들은 어떤 모습일까. “교수님과 다른 의견을 쓸 경우 높은 학점을 못 받을 것이라고 생각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저자의 질문에 자신의 의견을 고수하겠다고 한 학생은 46명 중 고작 5명에 불과하고, ‘교수님의 의견이 당연히 더 타당한 것 아니냐’며 질문조차 하지 않는다.

저자는 미국 명문 주립대인 미시간대의 학생들도 비교해서 살펴본다. 혹시 이런 모습이 세계 명문대의 공통적인 특징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역시 서울대가 문제였다.

일례로 미시간대에도 교수의 말을 다 받아적는 방식으로 노트 필기를 하는 학생들이 있긴 했지만 이들은 전혀 높은 학점을 받지 못했다. 서울대최우등생들의 고득점 전략은 미국 명문대에서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서울대는 이들이 어떤 인재가 되길바라며 A+ 학점을 주고 있는것일까. 서울대는 교수를 흉내 내기만 할 뿐 교수를 절대 넘어설 수 없는 조교 같은 제자를 기르는 것이 목표인가.

뼈아픈 질문을 던진 저자는 대학의 공부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다양한 차원의 대안을 제시한다. 우선 ‘지식소비자’를 만들고 ‘결과’만 가르치는 교육에서 벗어나 ‘지식생산자’를 기르고 ‘과정’을 알려주는 교육으로 패러다임 자체를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홍콩 중문대·영국 맨체스터대·싱가포르 국립대·캐나다 브리티시콜롬비아대 등을 직접 방문해대학 정책의 개혁을 통해 어떤 식의 교육 변화가 이뤄졌는지를 사례를 통해 들려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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