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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성공으로 이어진 아빠의 딸 사랑

2013-09-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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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무밴드 팔찌 만들기 키트‘레인보우 룸’

▶ 엔지니어 아빠가 딸들 위해 발명 알록달록 팔찌 올여름 인기 절정

‘레인보우 룸’을 고안한 중국계 말레이시아 이민자 총 춘 느어. 색색의 고무 밴드로 팔찌를 만드는 이 공예 키트가 올 여름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느어의 딸 미셸(12).

지난 주말 뉴욕, 페어 하버에는 어린이 상인들이 등장했다. 수십명 아이들이 일몰의 보도에서 레모네이드며, 컵케익이나 쿠키, 색칠한 조개껍질들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팔았다. 그중 뉴저지에서 휴가 온 12세짜리 줄리아 콜른은 좀 색다른 것을 팔았다. 자잘한 고무 밴드로 만든 알록달록한 팔찌들을 잔뜩 쌓아놓고 친구와 함께 팔았다.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공예 키트,‘레인보우 룸’(무지개 직조기) 팔찌였다.

줄리아는 그날 매상에 상당히 고무되었다.

“굉장히 많이 가져왔었어요. 최소한 100개는 되었을 걸요.”개당 1달러에서 2달러에 팔아서 총 68달러를 벌었으니 성공적인 장사였다.


‘레인보우 룸(Rainbow Loom)’은 지금 미국에서 수많은 어린이들, 그리고 부모들이 잔뜩 빠져있는 인기절정의 공예 키트이다. 말 그대로 알록달록 무지개를 직조하는 도구라는 의미이다. 키트 안에는 2개의 플래스틱 모형판과 갈고리바늘 하나 그리고 플래스틱 클립 24개와 색색깔의 미니 고무밴드 600개가 들어있다. 이것으로 24개의 팔찌를 만들 수가 있는 데 전통적으로 친구들끼리 주고받던 우정 팔찌 비슷한 패턴이지만 좀 더 복잡하고 색깔이 다채롭다.

‘레인보우 룸’은 중국계 말레이시아 이민자인 총 춘 느어의 발명품이다. 기계공학 석사 소지자로 니산에서 충격 테스트 엔지니어로 일하던 그는 지난 2010년 우연한 기회에 ‘레인보우 룸’을 고안하게 되었다. 처음 그는 엔지니어로 직장일을 하면서 미시간, 노비의 집 거실에서 키트를 조립해 팔다가 이제는 완전히 사업가로 변신했다.

‘레인보우 룸’은 딸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한 아빠의 노력으로 탄생했다. 어느날 오후 느어는 두 딸이 작은 고무밴드로 팔찌를 만들고 있는 것을 보았다. 테레사(15)와 미셸(12)이 하는 작업에 그도 끼어들었다. 하지만 작은 고무 밴드들을 이리저리 꼬기에는 그의 손가락이 너무 굵었다. 엔지니어인 그는 아이디어를 내서 나무판에 압핀들을 박아 시도해보았다. 그런대로 할 만했지만 딸들의 감탄을 불러일으키기에 나무판은 너무 투박했다.

느어는 포기하지 않고 핀들을 여러 줄씩 꽂아보았다. “핀들을 두줄, 세줄, 네줄씩 꽂고는 고무밴드를 이리저리 꼬아서 커다란 팔찌를 만들었지요.”그러자 마침내 딸들도 그 나무판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아빠의 발명품으로 팔찌를 만들어 친구들과 이웃들에게 선물로 나눠주었다. 고무밴드 팔찌 직조기였다.

직조기를 생산해서 상품으로 팔면 어떻겠느냐고 아빠에게 제안한 것은 테레사였다. 상품 디자인, 품질 관리, 제조 경험 등 그의 엔지니어 배경이 딱 들어맞는 프로젝트였다. 게다가 캔서스, 위치타에 사는 엔지니어이자 발명가인 그의 형 또한 상품을 만들어 온라인 판매할 것을 적극 권장했다.

대부분의 신규 창업이 그렇듯이 첫 번째 넘어서야 할 도전은 자금이었다. “우리가 투자할 수 있는 돈은 1만달러 뿐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그 예산으로는 미국 제조공장들 근처에도 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안 그는 중국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중국에서 모형판 주형 만드는 데 5,000달러를 쏟아 붓고 나머지 5,000달러로 키트에 들어갈 부품들을 장만했다.


2,000파운드의 고무밴드가 집으로 배달된 것은 2011년 여름이었다. 느어는 퇴근해서 돌아와 밤에 키트를 조립했고, 낮에는 그의 부인이 하루종일 작업을 했다.

‘레인보우 룸’의 온라인 판매는 기대만큼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리고 주요 장난감 가게들에 제품을 소개하려던 시도는 완전 실패였다. 사람들이 그 장난감으로 뭘 할 수 있는지를 모르는 것이 부분적 이유였다. 잠재적 고객들을 교육시키기 위해 느어와 딸들은 유튜브에 사용법 비디오를 올렸다. 그리고 입 소문이 나도록 구글에 광고를 했다.

2012년 여름, 드디어 느어 가족에게 행운이 찾아들었다. 130개 프랜차이즈를 가진 체인, 러닝 익스프레스 토이스(Learning Express Toys)의 한 가게 주인이 키 트 24개를 주문하더니 이틀 후 재주문을 했다. 곧이어 다른 프랜차이즈 주인들이 ‘레인보우 룸’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직조기 키트를 파는 비결은 고객들에게 사용법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특수 품목 장난감 가게나 공예품 가게가 직조기 사용법을 선보이고 강습회를 여는 장소로는 딱 맞았다.

‘레인보우 룸’ 키트는 2013년 여름, 러닝 익스프레스 토이스의 웹사이트에 최고 인기 장난감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잘 팔리면서 많은 가게의 효자상품이 되었다.

처음 느어 가족은 키트를 조립하기 위해 친구들과 이웃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작업을 중국에서 모두 마친다. 지난해 가을 니산에서 사직한 느어는 현재 집 근처에 7,500평방피트의 창고를 빌리고 12명의 직원을 두고 배송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현재 총 600개 점포에서 ‘레인보우 룸’을 팔고 있고 소매가 15~17달러인 키트는 이제까지 100만개가 넘게 팔렸다.

가장 많이 팔린 주는 뉴저지. 뉴저지, 몬클레어에 사는 제니퍼 그리사피는 그가 속한 수영 클럽 회원들이 여름 내내 ‘레인보우 룸’에 푹 빠져 살았다고 말한다. 7살짜리 그의 아들도 이제는 비디오 게임보다 팔찌 만들기를 더 좋아한다고 한다.

전자기기를 금지하는 서머 캠프 역시 ‘레인보우 룸’의 인기에 일조했다. 아이들이 저마다 팔찌 만드는 기술을 비디오로 만들어 유튜브에 올려 수백만명이 보고 있다. ‘레인보우 룸’ 공식 비디오는 총 460만번 시청되었다.

여느 신상품처럼 ‘레인보우 룸’도 도전이 없지 않다. 어린이 장난감이라는 것이 한창 인기 있다가도 한순간에 시들해져 버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느어는 계속 새로운 뭔가를 만들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더 다양한 패턴과 모양의 팔찌를 만들 새로운 도구들을 고안하고 있고, 팔찌를 넘어 액세서리 디자인으로 분야를 넓힐 계획도 가지고 있다. 아울러 현재 지역적 성공을 거둔 ‘레인보우 룸’이 전국으로 나가려면 게임은 완전히 달라진다. 더 강한 팀, 더 많은 자금, 더 치밀한 전문성 그리고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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