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국산 제품의 약품냄새

2013-06-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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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재 미 국영 MBN-TV 에디터

지난겨울 중고 오션 카약을 한대 샀다. 카약 철이 아닌 겨울에 사니 정말 싸다. 오션 카약은 무게가 만만치가 않아, 운반하기 쉽게 작은 바퀴가 달린 돌리도 이베이에서 사고, 어서 겨울이 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후 이베이에서 산 돌리가 도착하여 박스를 뜯으니 지독한 화학약품 냄새에 눈과 입술이 쓰라리며 안면 근육까지 흔들렸다. 메스꺼울 지경이었다.

메이드 인 차이나였다. “이제, 절대로 중국산 제품은 안 산다!” 라고 다짐을 하며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런데 최근 가물치 낚시를 하기 위해 뜰채가 필요했다. 그 뜰채도 박스를 받고 보니 중국산 이었다. 역시 냄새가 진동하였지만 크기가 작아 이 정도는 참아주자며 낚시 배낭에 미끼들과 같이 넣었다.


일주일 후, 포토맥 하구 강가에 위치한 버지니아 주립공원에 가물치 낚시를 하러 갔다. 가물치가 너무 번성하여 미 전역에서는 잡는 즉시 죽이라고 홍보하고 있으며 미끼보다는 활을 이용하는 게 좋다고 조언까지 해 준다.

나는 수초가 가득한 강가로 카약을 몰고 가서 닻을 내리는데 물밑에서 가물치가 놀랬는지 움틀 거리며 사라진다. 플라잉 낚시도 해 보고 추를 달아 바닥에도 던져 보고, 거의 10시간 동안 최선을 다 해 보았으나 허탕이었다. “가물치가 날 잡겠다” 싶었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을 하니 아마도 그 냄새가 미끼에 배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물고기는 냄새에 상당히 예민한 법인데... 나는 은근히 화가 났다.

집으로 돌아와 컴퓨터를 켜고 구글에 ‘중국제 냄새(Made in China Smell)’ 이라고 쳤다. 그러자 그에 대한 글이 산더미처럼 올라오는 게 아닌가. 화가 난 사람이 어찌 나 혼자일까. 그 냄새의 주범은 프탈레이트(Phthalates) 라는 것이라 한다.

발암 물질로 딱딱한 플라스틱이나 고무 등에 이 약품을 쓰면 부드럽게 된다나… 미국은 사용규제가 엄격하지만 중국은 전혀 규제가 없어 마구 사용한단다. 인체에 들어가면 호르몬의 작용을 방해하거나 혼란시키며 미숙아, 조기출산의 위험도 있고 어린아이들에게는 생식기 쪽 장애가 일어날 수 있단다.

그때서야 생각이 났다. 중국에서 ‘토이즈 R 어스’에 납품한 수유 병, 장난감 등에 프탈레이트가 검출되어 반납을 한 뉴스. 바로 이 냄새였다. 그 먹성 좋은 가물치도 이 냄새는 싫은 모양이었다. 이제 중국은 머지않아 공해문제가 심각할 것이다.

미국에 근접한 캐나다에 앨버타 주가 있다. 이곳에서는 모래만 파면 오일(Sand Oil)이 나온다. 이 지역은 호수에는 물은 없고 물 대신, 유독성 폐기물질로 채워져 있다.

미국으로 연결하는 파이프 공사를 하는 아파치 합자회사가 지난 6월1일, 오일이 새는 것을 발견했다. 공사한지 5년 밖에 안 되었으나 5년 만에 파이프가 새어 버린 것이다. 이제 주민들의 반대가 심상치 않다. 하지만 이미 이곳은 오일과 가스 채굴 작업으로 인한 유해 독성 폐기물 950만 리터가 새어나가 자연은 이미 죽어 버렸다. 숲과 들판은 갈색으로 변해 버린 것이다.

이미 늦어버렸다. 도시 하나가 죽어 버린 것이다. 이곳을 시점으로 점차적으로 지구의 많은 도시가 유해 독성물질로 인한 폐허로 문을 닫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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