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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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

2024-05-09 (목) 이근혁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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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많은 한문을 알지 못하고 가급적 한문이 안 섞인 쉬운 말로 표현하려 노력한다. 한문으로 써야 전달이 강하고 쓰기 좋은 말이 있을 때는 어쩔 수 없으니 쓴다.

오랫동안 쓴 내 나라 말이니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한글이 잘 만들어진 글자라고 세계 언론학자들에게 평가도 나와있고, 한문이 안 섞인 우리글만이 있을 때는 깊은 내면의 소리가 전달이 더 쉽다. 지식은 덜해 보일지 몰라도 교양 있어 보이고, 한글은 누구나 이해하고 쉽게 쓸 수 있도록 세종대왕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글자다.

우리는 일본도 싫어하지만 중국도 과거에 조공을 바치며 치욕적인 일이 많았고 얼마 전에도 사드 배치 때문에 얼마나 욕을 당했나.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우리나라 대통령 어깨를 툭툭 치면서 우습게 대하는 꼴도 보면서.


사실 우리는 중국문화권이고, 몽골족이니 한족이니 해도 많이 섞여있어서 색깔도 같고 백인보다는 가까울 거다. 지금 우리가 사자성어를 열심히 따지고 있는 것도 중국말이다. 사자성어 많이 알면 조선시대도 아니지만 많이 공부한 똑똑한 사람으로 보인다. 실제가 나이 먹은 사람이 한문 모르고 사자성어에 뒤떨어지면 공부를 안 한 사람이다. 우리가 배워왔고 실제로 한글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은 한자를 꼭 써야할 때가 너무 많다.

중국은 찬란했던 문화를 가졌던 5,000년 역사를 가진 훌륭한 문명국가였다. 우리는 잠깐 동안 현대문명이 앞섰던 변방의 조그만 나라다. 위아래에 치이면서 견뎌온 질긴 민족일 뿐이다. 시기적절하게 나라를 구하는 영웅이 나온 운 좋은 나라이기도 하다.

한문은 상형문자로서 오랜 세월 다듬어져 지금에 이른 글자로서 형상이 아름답고 고대로 이어져오는 선인들의 고민과 깨달음이 담긴 오묘한 뜻글자로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까지 만들까 싶을 정도로 신비하기까지 하다.

새해가 되면 나라의 지식인이 그 해를 대표하는 사자성어를 만들고 은연 중 황송하게 따르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쓰고 놀고 배우는 거야 어쩔 수 없지만 배운 지식인이 꼭 새해 첫 인사로 온 매스컴에 국가적으로 방방곡곡에 미워하며 욕하는 나라말을 써야하는지 이해가 안 되는 것 중의 하나다. 사자성어 말고 고상한 한글을 찾아서 쓰면서 살면 머리도 덜 아프고 줏대 있는 나라라고 품위는 있을 텐데.

요새 젊은이들 노래나 그들의 언어를 보면 미국말 투성이다. 이렇게 많이 외래어를 써도 괜찮은 건가? 이런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미국에서 오래 산 사람도 이해가 안 되는 일이다. 그들의 행동이 어른을 닮아서 다른 모양을 내는 것인지 이해 안 되고 너무 심했다는 것은 어른들이나 애들이나 말의 내용이 틀리지 행동은 똑같다. 적당히 할 수 없을까.

어른부터 고치면 아이들도 고칠 거 같은 생각이 든다. 심지어는 북한에서 이해 안 되는 말이 때로는 좋게 들릴 때도 있다. 작은 나라 대한민국의 입장에서 자존심도 실리도 지키는 절묘한 어떤 외교가 있을지.

우리는 지금 습관적으로 수수께끼 심심풀이로 싫어하는 나라 글자로 놀이를 하며 머리를 식히고 있다. 누군가 멋진 지도자가 나와서 품격 있게 바뀌는 좋은 말 쓰기 운동은 안 일어날까.

<이근혁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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