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햇빛 화살’막는 선글라스 멋부리다 ‘실명위험’

2012-06-19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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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눈에 자외선 쪼이면 각막화상으로 백내장 등 유발 값·스타일보다 자외선 차단율 꼭 확인 후 구입해야

▶ 렌즈는 큼직한 게 좋고 어린이들은 더욱 착용 필수

■ 기능과 제품선택 방법

태양의 계절’인 여름철에는 눈의 건강을 지키는데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눈부신 빛의 향연이 펼쳐지는 여름의 최대 복병은 강력한 자외선(UV rays)이다. 무방비 상태로 자외선에 노출되면 자외선이라는‘빛의 화살’로 눈을 다치게 된다. 싱싱한 햇빛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며 단 몇 시간 해바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각막은 화상을 입는다. 일시적이지만 강한 통증을 수반하는 이런 각막화상을 전문 의학용어로는 광각막염(photokeratitis)이라 부른다. 광각막염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치료된다. 하지만 비보호 일광노출이 시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반복될 경우 백내장이 생기거나 눈꺼풀과 눈 주변에 피부암이 발생할 수도 있다.

UV 노출은 황반변성(macular degeneration)의 위험도 높인다. 황반변성은 65세 이상 연령층에 속한 사람들의 최대 실명원인이다.


백내장은 외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지만 망막의 중앙부인 황반에 가해진 손상을 되돌리기란 불가능하다.

국립안과연구소의 임상 안과의 레이철 비숍 박사는 “자외선이 눈에 가하는 손상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며 “비단 여름철뿐 아니라 겨울에도 UV 노출로 눈의 건강이 심하게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햇빛 반사율이 해변 백사장의 경우 15% 정도에 불과한 반면 눈밭에서는 무려 80%에 달한다. 백사장보다 스키장에서 눈부심 현상이 강하게 일어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꽁꽁 얼어붙은 빙판 역시 햇빛 반사율이 상당히 높다.

비숍 박사는 자외선으로부터 눈을 지키기 위해선 계절에 관계없이 외출 때 선글라스 착용을 습관화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선글라스를 구입할 때 가격과 스타일이 선택의 주된 기준이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안과학회의 임상 통신원인 플로리다주 할리웃의 안과전문의 리 더프너 박사도 “값이 싸면서도 눈 보호효과가 만점인 선글라스가 있는 반면 비싸지만 전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색안경도 있다”고 말했다.

비숍 박사와 더프너 박사는 선글라스를 패션도구로 착각, 외양에만 신경을 쓰다가는 눈의 건강 측면에서 아예 착용을 안 하는 것보다 못한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다음은 선글라스 선택 때 염두에 두어야 할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라벨을 꼼꼼히 읽을 것
선글라스는 의료기기로 분류돼 연방식품의약국(FDA)의 규제를 받는다. 그러나 FDA는 선글라스의 UV 차단기준을 못 박지 않았다. 따라서 시중에 판매되는 선글라스 가운데는 적외선을 전혀 차단하지 못하는 제품도 더러 섞여 있다.

이 때문에 선글라스에 붙어 있는 라벨이나 태그를 꼼꼼히 살펴 ‘98% 자외선 보호’(98% UV protection)라든지 ‘UVA와 UVB 광선 98% 차단’(blocks 98% of UVA and UVB rays)이라는 보증을 확인해야 한다.

라벨에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은 채 ‘자외선 흡수’(UV absorbing)라든지 ‘대부분의 자외선 차단’(blocks most UV light) 등의 애매한 표현을 담은 제품은 피해야 한다.

더프너 박사는 가장 확실한 보증은 “모든 UV광을 400 나노미터까지 차단(block all UV radiation up to 400 nanometers)”한다는 것이라며 “이는 자외선을 100% 막아준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올바른 스타일을 선택할 것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아놀드 슈와제네거가 착용했던 랩어라운드(wraparound)가 첫 손가락에 꼽힌다. 랩어라운드는 눈 주위를 완전히 둘러싸 측면에서 산란광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준다.

이 스타일이 도무지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큼직한 광각렌즈를 지닌 제품을 찾아보는 게 순서다. 렌즈 알이 조그마한 존 레논 스타일의 ‘얌체’ 선글라스는 UV 차단범위가 극히 제한적이니 눈을 보호하고 싶다면 피해야 한다.

렌즈의 착색(틴팅)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아선 안 된다. UV 차단효과는 렌즈가 얼마나 진하게 착색됐는지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녹색, 주황색, 빨간색, 회색 등 어떤 색조건 동일한 UV 차단효과를 지닌다.

다만 색상 왜곡을 최소화하려면 회색 렌즈를 골라잡는 게 최상이라는 게 더프너 박사의 조언이다.

운전을 할 때 혹은 스키를 탈 때 눈부심 현상을 자주 경험하는 사람이라면 편광렌즈(polarized lenses)가 제격이다. 편광렌즈는 눈부심을 일으키는 수평광파를 막아준다.

그러나 편광렌즈 자체는 UV를 차단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반드시 98% 혹은 100% 자외선 차단 코팅이 됐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FDA는 선글라스의 자외선 차단 수준을 규정하지 않았으나 충격저항 기준을 요구한다. 떨어뜨렸거나 다른 물체에 부딪혔을 때 산산조각이 나면서 눈에 상처를 입히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이다. 사이클리스트나 정원사는 만약에 대비, 내구성이 강한 폴리카보네이트 렌즈를 선택하는 것이 안전하다.

◆가두판매 제품은 피할 것
깜쪽같은 샤넬 짝퉁은 보기에는 멋질지 몰라도 심한 ‘눈 고생’을 시키게 된다. UV 보호코팅이 안 된 착색렌즈는 동공을 이완시켜 망막으로 들어가는 광선의 양을 늘리기 때문에 아예 선글라스를 쓰지 않는 것보다 유해하다.

엉터리 제품을 피하려면 일단 가두 판매대를 피하는 게 상책이다. 백화점이나 드럭스토어, 혹은 이름이 알려진 체인에서 발품을 조금만 팔면 10~20달러 선에서 필요한 모든 보호를 제공하는 선글라스를 찾을 수 있다.

◆어린이에게도 선글라스를 착용시킬 것
아이들의 눈은 태양광에 예민하다. 또한 눈동자 색깔이 옅을수록 자외선의 공격에 취약하다.

눈 부상은 시간을 두고 차곡차곡 쌓이기 때문에 어린이에게 색안경 착용 습관을 일찍 들일수록 눈을 더욱 잘 보호할 수 있다.

운동을 정기적으로 하는 아이라면 해당 스포츠에 적합한 보호안경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아동 실명의 90%는 운동을 하다가 입은 부상에서 비롯된다. 반면 색안경을 착용하면 이 같은 부상의 90%를 막아낼 수 있다.

◆기존 선글라스의 자외선 차단율 측정
더프너 박사는 즐겨 착용하는 선글라스가 있다면 동네 안경점으로 가져가 자외선 차단율을 측정해 볼 것을 권했다. 거의 모든 안경점은 적외선 측정기인 UV 미터를 갖추고 있다.

자외선을 차단하는 콘택트렌즈는 대안이 아니다. 콘택트렌즈는 망막 가운데에 자리를 잡기 때문에 눈의 흰자위와 피부는 자외선으로부터 전혀 보호받지 못 한다. 따라서 UV 차단 콘택트렌즈 착용자도 반드시 선글라스를 써야 한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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