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럭 시리즈] ``수입 좋은 만큼 힘든 직업``

2011-10-1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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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럭운전 면허 관련 궁금증 문답풀이

지난달 초 대형트럭 운전면허(CDL, 정식명칭은 상용차 운전면허) 취득과 실습에 대한 기자의 체험기가 본보에 실린 뒤 갖가지 질문을 받았다. 더러 호기심 차원의 질문도 있었지만 대개는 ‘만일에 대비해’ 추가정보를 얻으려는 것이었다. 필기시험 예상문제집을 복사해간 사람도 있다. 자주 제기된 궁금증을 문답풀이 형식으로 정리한다.

-수입은 얼마나 되나.

▲시리즈에서 대강 밝혔듯이 회사, 경력, 근무시간/운전거리 등에 따라 다르다. 면허취득 뒤 조수생활만 마친 무경력자의 초임은 월평균 3,4천달러선이다(몇년 전까지 동서부 왕복 트러커로 일했던 C씨는 “경기 좋을 때는 초보자라도 한달에 6,7천은 우습게 벌었다”고 했다).


장거리 운송전문 회사들의 급여체계의 특징 중 하나는 cpm(cent per mile/마일당 센트를 뜻하는 운전수당으로 급여의 대부분은 이것)이 단기간에 쑥쑥 오른다는 점이다. 짧게는 몇달단위다. 길어도 1년을 넘지 않는다. 2,3년차만 되면 월평균 5,6천달러 벌이는 어렵지 않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스킬로 그 경력에 그만큼 번다는 건 매력이다. 구직난에 허덕이는 요즘같은 불황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게다가 무료교육(실은 외상교육)에, 100% 취업에, 건강이 허락하는 한 7,80이 돼도 해고걱정 없이 일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보너스다. 문제는 이면이다. 일자리를 못잡아 아우성인 요즘에도 이직자들이 많다는 뜻이다. 장거리 트럭운전이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그만큼 힘들기 때문이다.

-장거리를 뛸 경우 며칠만에 귀가할 수 있나.

▲코스와 근무형태 등에 따라 다르다. 기자가 다녔던 운전학교에서 예로 든 남가주 샌버나디노-미시건주 디트로이트간 정기코스를 오가는 데디케이티드(dedicated) 드라이버의 경우, 화요일 새벽에 샌버나디노를 출발해 토요일 오후에 샌버나디노로 귀환한다. 인근 거주자라면 토요일 오후부터 월요일 밤까지 집에서 쉴 수 있다. 그때그때 행선지가 바뀌는 부정기노선 운전자의 귀가는 종잡을 수 없다. 며칠이나 몇주가 될 수도 있고, 한두달이 될 수도 있다. (C.R. England사의 경우, 북가주발 장거리 정기노선은 없으나 향후 스탁턴 등지를 허브로 하는 노선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출퇴근 드라이버를 원한다면.

▲로컬회사에 취업하면 된다. 기자에게 CDL취득을 처음 권했던 중국계 마위만의 경우, 간혹 서부 몇 개주를 돌기도 하지만 주로 캘리포니아에서 운전한다. 베이지역에도 그런 회사들이 많이 있고, 거의 언제나 드라이버를 모집한다. 대부분 경력자를 원한다. 때문에 C.R. Englnad사 같은 곳에 들어가 일정한 경력을 쌓은 뒤 로컬회사로 옮기는 드라이버들이 많다. 기자가 이 회사 후원 운전학교에 다닐 때도 다른 곳에서 면허를 취득한 뒤 경력쌓기용으로 입교한 사람들이 30명쯤(별도 클래스) 됐다.

장거리 운송전문 회사라도, 매일 출퇴근은 안되지만 1주일에 두세번 귀가할 수 있는 노선이 있다. C.R. England의 경우, 입사원서 작성시 앨라스카와 하와이를 제외한 48개주를 다 다니는 것과 48개주를 몇그룹으로 나눠 그중 한 권역에서 하는 것 중 택일토록 했다(사후 변경가능). 기자는 캘리포니아 오리건 등 8개주를 권역으로 하는 Western Regional을 택했다. 이는 수습(스튜던트 드라이버) 3개월 뒤부터 적용되는데, 집에는 보다 자주 들를 수 있지만 대개 운전거리가 짧아져 인컴도 그만큼 적어진다.


-로컬노선에서 온종일 쉼없이 운전하면 출퇴근하면서 수입도 괜찮지 않을까.

▲말처럼 쉽지 않다. 우선 1일 운전시간 제한규정 때문이다. 11시간까지다(경우에 따라 14시간까지 가능). 11시간동안 평균 50마일(캘리포니아주 프리웨이의 트레일러트럭 최고시속 55마일)로 운전한다면 하루 운전가능 거리는 550마일이다. 매일같이 그럴 수는 없다. 8일동안 70시간이상 운전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이다. 출퇴근과 안정수입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역시 일정경력을 쌓은 뒤 로컬회사 입사가 지름길이다.

-C.R. England사 같은 곳의 후원으로 면허취득 뒤 이직하면 교육비는.

▲교육비는 수습 때부터 매주 급여에서 분할공제(연리 18%)된다. 페이오프가 안된 상태에서 퇴사하면 잔액을 다달이 페이먼트 형식으로 지불하게 된다. 일시불도 가능하다.

-영어가 부족한데 필기시험 예습은.

▲DMV에서 Commercial Driver Handbook을 구해 섹션 1부터 6까지 숙독하고 인터넷 검색어에 CDL test를 쳐 연습문제를 반복해서 풀어보면 도움된다. 핸드북은 DMV 인터넷에서 프린트할 수도 있다
(www.dmv.ca.gov/pubs/comlhdbk/comlhdbk.pdf).

과목별 예상문제집도 있다. (영어 때문에 겁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실제로 영어는 필수다. 회사나 화주는 물론 중량측정소 등지에서 영어로 소통해야 하는 일이 잦다. 그러나 거의다 직업용어라 몇번 경험하면 문제될 게 별로 없다. 교육기간/수습기간 중 능히 익힐 수 있다.)

-스틱운전에 자신이 없는데 실기테스트 예습은.

▲보험문제, 공간문제 등 때문에 미리 트레일러트럭으로 연습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일반트럭으로 스틱운전을 어느정도 익혀두는 것이 좋다.

-장거리 운전시 숙식문제 등은.

▲잠은 차내 침대에서 자고 식사는 차내에서 해먹거나 도중에 사먹는다. 세면은 주유소나 휴게소에서, 샤워와 세탁은 트럭전용 스테이션에서 주로 해결한다. 차내에는 대개 TV, 인터넷, 조리시설이 돼 있다. 침대칸을 아예 ‘움직이는 살림방’으로 꾸며 장거리를 뛰는 부부운전자들이 상당수다.


<정태수 기자>

⁂예상문제집 복사요청(무료)이나 기타 관련문의는 기자의 전자우편(jtsmind@gmail.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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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신건강 위협요소 많아
사고율은 비교적 낮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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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한인회 이사장을 지내고 타주에 모텔까지 갖고 있는 65세 올드타이머가 CDL을 취득해 화제가 됐다. 지난해 초 일이다. 직접 하겠다기보다 일거리를 찾는 이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서였다는데 트러킹 비즈니스 측면도 있었다고 한다. 또 어느 트러커의 인터넷 연재글이 화제를 모았다. 빼어난 글솜씨에 버무려진 진솔한 경험담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건 사실이지만, 일부 관련업계 인사들이 장삿속으로 재탕삼탕 이용한다는 말도 있다.
짭짤한 수입과 고용안정 등 밝은 면만 보고 섣불리 덤볐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뜻에서 든 얘기다. 불규칙한 식사와 수면, 의자에 앉아 긴장한 채 밤낮없이 장시간 운전하는 데서 오는 신체적 무리는 공지의 사실이다. 소화불량, 만성피로, 목디스크, 허리통증, 시신경장애 등은 트러커의 직업병에 가깝다. 비만율도 매우 높다. 졸음을 쫓고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아무래도 소다류 등 자극적인 군것질을 자주 하게 되고, 이는 운동부족과 겹쳐 건강악화로 이어지기 쉽다.

팀드라이버로 일할 때는 팀원과의 관계가 원만치 않을 경우 덤터기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한다. 솔로드라이버로 일할 때는 고독과의 싸움을 이겨내야 한다. 팀이든 솔로든, 집생각 식구생각 친구생각 등을 잘 다스리지 못하면 트러커의 삶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기자가 다녔던 운전학교에는 달러표시($)와 함께 노골적인 문구로 잘버는 드라이버/못버는 드라이버를 구분해놓은 포스터가 붙어 있었는데 못버는 드라이버의 첫번째 이유가 “늘 집에 가고 싶다는 사람”으로 돼 있었다.

질문자들이 매우 궁금해했던 사고율은 의외로 낮은 편이다. 났다 하면 클 것이란 생각도 꼭 맞는 건 아니다. 약 6,000대를 보유한 C.R. England사 통계에 따르면, 연간 전복사고는 380여건이다. 대개는 다른 차를 받거나 다른 차에 받히는 정도인데, 트러커 사망사고는 비교적 드물다.

사진은 장거리 운송전문 C.R. England사의 드라이버 유치광고. 멋진 배경사진과 “인생을 드라이브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진입로 ”라는 카피가 인상적이다. 하지만 트러커의 삶은 그리 녹록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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