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이주 원장/베이사이드 이튼치과
플러싱에 사시는 65세 되신 한 어머님은 아드님의 손에 이끌리어 마지못해 치과에 오셨다고 한다. 치과의자에 앉으시면서도 ‘안와도 되는데…’ 하시며 계면쩍게 웃으시는 모습에서 전형적인 한국어머님의 모습을 보는듯 했다. 어머님은 근 10여년을 치과에 가보신 적이 없으셨다. 최근들어 입냄새가 조금 나고, 약간 이가 흔들리는 것 밖에 없는데, 아드님이 하도 재촉을 해서 할 수 없이 오셨단다. 약간의 고혈압 증세 이외에는 매우 건강한 편이셨다. 놀랍게도 65년 동안 사랑니를 포함한 32개의 모든 치아가 고스라니 보존되어 있었고, 치열도 마치 교정을 하셨던것 처럼 흠잡을데 없이 바르게 배열되어 있었다.
단지, 치아 사이사이에 치석들이 세월을 반영하듯 깊숙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유일하게 금을 입힌 어금니 하나만 심한 동요도를 동반한 심각한 국부성 치주염을 앓고 있었다. 어금니의 신경치료와 크라운을 한지 이미 수십년이 지나 수명을 다했던지, 치아 주변의 뼈들이 모두 녹아버리고, 잇몸살 (치은) 로만 지탱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이런 경우, 치아는 아프지 않고 단지 움직이기만 한다. 치아내 신경조직이 이미 괴사되어 통증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환자들은 이러한 치아를 치료없이 장기간 방치하게 된다.
다른치아 들은 잇몸치료를 통해 치석을 제거하면 되지만, 흔들리는 어금니는 치료예후를 짐작할 수 없기 때문에 발치를 권해 드렸다. 문제는 발치후 빈 공간을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에 대한 아드님과 어머님간의 의견 차이였다. 어머님은 한사코 발치후 ‘내비둬…’ 였고, 아드님은 임플란트를 해드리고 싶어하셨다. 어머님은 아드님의 경제 사정을 고려 하여 한사코 치료를 거부 하신것이다. ‘요즘 같이 장사도 안되는데, 뭔 임플란트여…’ .
치아를 빼고 난 잇몸 자리는 뼈가 재대로 재생되지 않고 움푹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 이다. 이 경우, 즉시 임플란트를 식립 하게 되면 온전한 상태로 유지 할 수 있다. 반면,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를 하게 되면, 나중에 임플란트를 하게 될때 별도의 뼈이식을 포함한 복잡한 수술을 통해 임플란트를 하게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임플란트 대신 브릿지를 하더라고, 뼈손실이 심하여 움푹 들어간 부분이 많은 경우에는 브릿지 밑으로 음식물이 끼는 기능상의 문제 혹은 크라운의 길이가 정상 보다 길어 지거나 잇몸과의 공간이 생겨 심미적으로도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생기게 된다.
경제적인 이유로 발치 이후 적극적인 보철치료를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pocket preservation 이란 시술을 받는 것이 현명하다. 치아 발치후 빈 잇몸자리에 뼈 혹은 뼈 대체물을 이식하게 되면, 수주 뒤 부터 본인의 잇몸 뼈가 재생되면서 치아가 빠져나간 빈자리를 매워주게 되어 잇몸 형태를 온전한 상태로 유지 할 수 있다. 수년이 지난 뒤에 임플란트를 수술 받게 될 경우에도 별도의 뼈이식수술 없이 간단한 시술로 끝낼 수 있게 되며, 브릿지를 선택
하더라도 잇몸의 움푹 들어간 부분이 적기 때문에 심미적으로 안정된 형태의 브릿지를 시술 받을 수 있으며, 기능적인 면에서도 음식물이 브릿지 안쪽으로 끼이는 불편함을 최소화 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운 브릿지를 시술 받게 된다. 아들에게 부담주기 싫은 어머님과 좋은 치료를 받게 해드리고 싶은 아드님 사이에서, 중재자로서 치과의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치료방법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