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건강칼럼/ 전염병 옮기는 벼룩과 진드기

2009-06-2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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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기 페토피아 동물병원 원장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애완동물도 주인과 함께 집 밖으로 아니면 수풀이 우거진 공원으로 나갈 기회가 많아지며 아울러 모기뿐만 아니라 벼룩과 진드기가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는 시즌이 시작되었다. 벼룩(flea)과 진드기(tick)에 의한 전염병의 발병과 벼룩과 진드기의 박멸과 예방에 대하여 알아본다.

사람과 동물에게 전염병을 옮기는 벼룩과 진드기 기생충 하면 대개 회충이나 촌충과 같은 위장관에 기생하는 내부 기생충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기생충은 이러한 내부기생충 이외에도 몸밖에 기생하는 외부기생충이 있으며 대표적인
것들로 벼룩 , 진드기, 모기, 이, 파리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사람이나 동물의 피부에 부착해 피나 조직액을 빨아먹는데, 이때 그 기생충으로부터 나
온 침에 의해 심한 가려움증이 유발되며, 또한 사람이나 동물의 체내로 병균이나 내부 기생충을 전염시킨다. 특히 벼룩은 촌충(tapeworm) 감염과 페스트(plague)를 전파하며 진드기는 라임병(Lyme disease), 에리키아증(Ehrlichiosis), 아나플라즈마증(Anaplasmosis) 등을 전염시키고 그 진드기의 독소에 의한 마비를 일으키기도 한다. 벼룩의 암컷은 동물의 몸에서 100일까지 살 수 있으며 하루에 50개의 알, 일생 동안 2,000개 이상의 알을 낳는다. 그 벼룩의 알은 카펫이나 소파, 침대 등에서 8개월까지 생존하기도 한다.


감염 경로와 증상
벼룩은 촌충의 유충을 가지고 있어 애완동물이 자기 몸에 붙은 벼룩을 핥아 먹은 후에 촌충에 감염될 수 있다. 또한 벼룩은 Bartonella henselae라고 불리는 세균을 가지고 있어 일차적으로 고양이가 벼룩에 의해 그 세균에 감염되었을 경우 고양이가 사람의 피부를 물거나 발톱으로 할퀸 후에 사람에게 Cat scratch disease라고 하는 전염병을 전파할 수 있다. 애완동물이 벼룩에게 물리면 피를 빨아먹을 때 묻게 되는 침에 대한 앨러지 반응으로 심한 가
려움증과 아울러 피부염이 발생하고 어린 강아지와 고양이에서는 치명적인 빈혈을 야기한다.

벼룩은 집 뜰이나 덱(Deck)에 출몰하는 야생동물(오퍼섬, 너구리, 쥐)에 의해 옮겨지며, 심지어 도시지역에서도 벼룩을 가진 개에 의해 가로수 밑에 있는 잡초들에게도 옮겨져 자주 발견된다. 벼룩이 주로 기생하는 부위는 개의 꼬리, 허벅지, 복부이며 고양이의 얼굴, 목, 등 부분이다. 이러한 부위에 심한 가려움증으로 긁거나, 피부가 발적 되고 세균 감염에 의한 농포가 생기고 털
이 빠지면 벼룩이 있는지를 의심하여야 한다. 그리고 벼룩은 매우 잘 뛰어다니기 때문에 관찰되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검은 비듬 같은 벼룩 배설물이 털 사이에 관찰될 경우에는 벼룩에 감염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벼룩 배설물은
흰 종이에 놓고 종이를 물에 적시면 붉어지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진드기는 미 북동부 지역에서는 사슴이 서식하는 곳이나 수풀이 많이 우겨진 주택지나 공원에서 흔히 발견되며 개에게서 주로 기생하는 부위는 귀나 눈 주위이며 그 달라붙은 부위에서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원형의 지름이 0.5센티미터 크기의 까만 벌레이다.

전염병의 진단과 치료
애완동물의 몸에서 벼룩이나 벼룩의 배설물이 발견되거나 동물이 몸을 자주 긁는 증상을 보이면 수의사의 처방에 의해 복용약과 아울러 피부에 바르는 살충제를 사용한다. 더 나아가 항문 근처에 쌀 모양의 알이 묻어 있거나 똥에서 띠(tape) 모양의 기생충이 발견되면 대변검사를 하여 촌충의 감염이 확인되면 촌충에 유효한 구충제를 투여하여야 한다. 또 중요한 것은 살충제를 사용한 후 애완동물의 몸에서 벼룩이 안 보일지라도 주위 환경에 유충이나 알 상태로 생존할 수 있으므로 다시 벼룩이 옮아오지 않도록 벼룩 성장 억제제를 함유한 살충제를 사용하여 주위 환경에 대한 살충이 필요하다.

애완동물의 몸에서 진드기가 발견되면 맨손으로 떼어내지 말고 집게를 사용하여 제거하고 가능하면 속히 수의사의 검진과 피부에 바르는 살충제를 사용한다. 그리고 필요하면 진드기에 의해 옮겨지는 전염병의 감염여부를 혈액검사에 의해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에 주인과 함께 하이킹이나 수풀이 우겨진 공원에 갔거나 진드기에 물렸던 적이 있은 후 갑자기 다리를 절룩거리거나 고열과 출혈 혹은 점막에 붉은 반점, 호흡곤란 등이 증상이 나타나면 진드기에 의해 옮겨지는 전염병에 감염되었을 수 있으므로 수의사의 검진과 혈액검사(항체검사, 혈구 수 감별계산, 혈청화학검사)에 의해 일단 확인이 되면 항생제요법과 증상에 따른 치료가 요구된다.

감염의 예방책
애완동물이 야생동물 또는 진드기를 흔히 볼 수 있는 공원으로 산책을 나가고 많은 시간을 집 뒤뜰에서 보낸다면 정기적으로 매월 1차례씩 동일한 날에 동물의 목 뒤 부분의 피부에 바르는 벼룩, 진드기 예방약(Frontline, K9 Advantix, ProMeris 등)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라임병을 예방하기 위해 백신을 처음엔 3주 간격으로 2차례를, 그 후에는 매년 한번 접종한다. 또한 촘촘한 빗으로 자주 몸의 털을 빗질 해주어 벼룩의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으며 카펫, 가구, 바닥, 애완동물이 평소 앉아있고 잠자는 장소를 정기적으로 진공 청소를 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일 집 주위에 벼룩이 있다면 정기적으로 살충제를 뿌려 준다. 모든 살충제는 동물이나 사람에게 중독의 위험이 있으므로 주의사항 및 사용법을 정확히 읽어본 후 사용해야 한다. 벼룩 방지용 목걸이(flea collar)는 그것을 사용하고 있는 애완동물의 몸에서 벼룩이 실제로 자주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효능이 불확실하므로 권장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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