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두개입으로 시장 진정됐지만 외국인 매도에 추가 카드 필요
1,500원 초중반대의 고환율이 지속되자 외화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 올해 2월 외환시장 대응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30억달러 규모로 찍은 데 이어 나머지 한도(20억달러) 발행 시기는 이르면 8월이 유력하다.
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주간 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22.9원 하락한 1512.1원을 기록했다. 전날 재정경제부가 시장 교란을 유발하는 투기적 불법 거래를 차단하고 환율 쏠림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구두 개입한 결과로 풀이됐다. 국민연금은 환율이 1,560원을 넘어서자 선물환 매도를 개시하면서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을 시작했다.
일시적으로 시장이 진화되는 조짐이지만 원화 약세 원인으로 지목되는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세가 언제 끝날지 불확실한 상황이어서 추가 카드 마련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재경부는 외평채를 발행해 확보한 달러를 시장에 팔고 원화를 사들여 원화 값을 방어해왔다. 올해 2월 원화 환율이 1,500원을 넘볼 때도 30억 달러 규모의 외평채를 발행했는데 이는 2009년 이후 단일 회차 기준 최대 규모였다.
당초 시장에서는 9월 이후 추가 발행을 점쳐왔다. 매년 9월 초 외화채를 발행하던 수출입은행에 뒤이어 등판하는 것이 유리한 전략이었기 때문이다.
한국 외화 조달의 최전선에 있는 수출입은행은 후속 주자들이 발행하는 외화채의 기준(벤치마크)을 제시해왔다. 재경부가 올해 기록적으로 낮은 금리로 30억 달러를 조달한 배경에도 1개월 전 수출입은행이 한국 첫 외화 발행을 유리한 조건으로 성사시키면서 시장 여건을 미리 다져놓은 영향이 컸다.
그러나 금리 인상 우려가 확산되면서 기류가 달라졌다. 외화채 금리는 미국 국채금리에 가산금리(스프레드)를 더해 결정되는데 절대금리가 오르면 비용도 불어나기 때문에 시장 환경이 더 악화되기 전에 조달하겠다는 계산이다. 수출입은행은 9월 초 발행 일정을 7월 말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환율 방어 카드가 시급한 상황이어서 수출입은행이 발행 일정을 당기면 조기에 외평채 카드를 꺼내들 공산이 크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수출입은행이 7월 말 조달을 결정한다면 재경부도 8월께 발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재경부는 한국에 달러를 들여올 수 있는 방안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기업들의 외화채 발행이 대표적인 예다. 외화채를 발행하려면 재경부로부터 수요예측 일정을 받아야 하는데 과거에는 외화 조달의 정당성을 엄격히 평가했지만 최근에는 보다 신속하게 발행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분위기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