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33년 만에 완결한‘흙과 불’출판

2026-06-09 (화) 08:14:24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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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순 바라보는 윤혁민 방송작가

▶ 일본에 끌려간 도공의 애환 담아

33년 만에 완결한‘흙과 불’출판

윤혁민 작가(원내 사진)와 최근 발간한‘흙과 불’ 표지.

1970년대 TV 드라마 ‘꽃피는 팔도강산’ 극작가로 큰 사랑을 받았던 윤혁민(88) 작가가 신문 연재글을 묶어 33년만에 완결한 ‘흙과 불’을 출간했다.
‘일본에서 꽃핀 도자기’를 부제로 한 책은 1598년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 도공 ‘초대 심당길’의 삶과 도자기 이야기를 다룬다.

이 책은 임진왜란 400주년을 맞았던 1992년 봄, 한국내 한 일간지가 일본에 남겨진 조선 도공들의 후예를 추적하는 대규모 학술 기획 취재에 윤 작가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시작됐다. 윤 작가는 당시 일본 규슈와 혼슈 일대를 돌며 임진왜란 당시 일본으로 강제 이주된 조선 도공들의 흔적과 그 후손들의 삶을 기록했다. 조선의 가마에서 피어오르던 불길이 전쟁의 참화 속에 일본 땅으로 옮겨졌고, 그 불은 타국에서 또 다른 도자 문화를 일궜다. 6개월간 신문에 연재된 ‘일본에서 꽃핀 한국 도자기’는 그렇게 탄생했다. 그리고 33년이 흐른 지금, 그 연재가 보완 작업을 거쳐 한 권의 책 ‘흙과 불’로 묶여 세상에 나오게 됐다. 이번에 출간된 ‘흙과 불’은 당시 신문 연재를 토대로 내용을 보완하고 재구성한 결과물이다

이 책은 단순한 도자기 기행이 아니다. 전쟁 속에서 강제로 뿌리 뽑힌 장인들, 타국에서 가마의 불을 지키며 살아온 후손들, 그리고 그 역사를 기록으로 되살리려는 한 작가의 집념이 담겨 있다.


윤 작가는 “문화는 빼앗길 수 있어도 혼은 사라지지 않는다”며 “이 책은 잃어버린 시간을 복원하는 작업이자 우리 스스로의 뿌리를 돌아보는 기록”이라고 밝혔다.
윤 작가는 1938년 충남 천안 동면에서 태어나 청주 고교 시절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문학적 재능을 인정받았다. 서라벌예대 졸업 후 스승 한운사 선생의 뒤를 잇는 방송작가로 활동하며 1974년부터 이듬해까지 1년 6개월간 당시로서는 최장기간(총 398회) 방영된 ‘꽃피는 팔도강산’을 집필했다.

당시 시청률 40%에 육박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당시 택시운전사들도 이 드라마 방영시간엔 TV가 있는 다방을 찾아 택시잡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힘들었다고 할 정도였다 한다. 이후 TV·라디오 드라마와 시트콤 등 1,000편이 넘는 작품을 집필했다.

1994년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시묘살이를 위해 서울서 고향 천안으로 거처를 옮긴 후 눌러앉아 ‘몽각산방’에서 작품 활동과 후진 양성에 힘쓰고 있다. 그의 업적을 기리는 지인들에 의해 2024년부터 추진되고 있는 ‘방송작가 윤혁민 드라마관’ 설립 추진에도 참여하고 있다.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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